타이 출신의 참가자 프라파판(오른쪽)과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과 손현석 교수(왼쪽)가 사운드를 체크하고 있다
‘털북숭이’ 붐 마이크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왔다. 10월2일 오전10시 동서대학교 소향뮤지컬시어터 앞은 두개의 털북숭이를 든 사람을 포함해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촬영을 하루 앞두고 사운드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나온 2013 아시아영화아카데미(Asian Film Academy 이하 AFA, 주최 동서대학교, 부산영상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참가자와 그들을 돕는 스탭들 그리고 사운드 멘토를 맡은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과 손현석 교수다.
야외에서 대사가 제대로 동시녹음 되고 있는지 체크하던 중, 타이 출신의 참가자 프라파판은 3개 채널의 녹음을 통해 믹싱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시도했다. 좌, 우 채널의 붐 마이크 각각 하나씩 두개, 배우의 옷에 장착하는 와이어드 마이크를 합쳐 총 3개의 채널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후반작업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믹싱할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여러 채널의 동시녹음 방식을 통해 믹싱 효과를 내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B팀의 사운드를 맡은 프라파판과 인도 출신의 사날 조지는 “내일 촬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테스트에 만족해했다. 손현석 교수는 “8년째 AFA 참가자들과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함께 해보니 올해 멤버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영화 작업을 해오던 프로페셔널로 구성됐다. 실력만 놓고 보면 올해가 역대 최고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AFA가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아시아 여러 국가의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총 228명의 지원자가 신청한 가운데 최종 24명의 참가자를 확정지었다. 이들을 이끌어 갈 교수진도 꾸려졌다. 이창동 감독이 교장을 맡았다. 2006년 임권택 감독 이후 두 번째 한국감독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오석근 운영위원장이 교감을 맡았다. 타이의 아딧야 아사랏 감독이 연출 멘토로, 쿠리타 도요미치 촬영감독이 촬영 멘토로 합류했다. 이밖에도 이무영(시나리오), 이주익(제작), 황우현, 송진열(촬영), 임재영(조명), 김희수(미술), 손현석, 한명관(사운드), 김창주(편집), 오병걸(색보정), 한재권(음악) 등 여러 전문가가 참가자들을 지원한다. AFA를 진행하고 있는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큰 틀에서 보면 올해는 예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내부적으로 보면 학생들이 영화 제작과 수업에 좀더 집중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절차와 행사를 간소화했다”고 올해 AFA의 운영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했던 참가자가 많았던 초창기에 비해 갈수록 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AFA도 이들의 성향에 맞게 조금씩 변화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월26일부터 10월13일까지 진행되는 9기 AFA는 10월2일 현재 A팀(12명)과 B팀(12명)으로 나뉘어졌다. 10월3일부터 시작되는 촬영을 거쳐 후반작업을 완료한 뒤 10월11일 상영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