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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영화의 전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인터뷰

인사차 오늘의 업무는 무엇인가 물었더니 일정이 줄줄 쏟아져 나온다. 오전에는 점검회의, 오후에는 각종 인터뷰, 6시부터는 전야제, 10시까지는 외부행사, 10시부터는 개막식 리허설, 새벽 한 두시까지는 또 다른 업무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는 건 하나마나한 말이다. 개막 전날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만나 영화제 전반에 관한 자평과 비전을 들었다.

-취임 3년째다. 안정적인 시기로 접어든 것인가. =안정이다 뭐다 그런 개념이 있을 런지. 개막식이 다가올 때쯤 날씨 걱정을 하는 건 18년 동안 늘 똑같았으니까 말이다. 오늘 아침도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날씨를 확인하는 거였다. 주말에 태풍이 올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나. 야외 상영관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개막식이 끝나는 대로 대책회의를 할 생각이다. 영화의 전당 시대가 열린 뒤 안정화, 정착화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쓴 게 사실이다. 스탭들에게 참견도 좀 하고. 하지만 이제는 참견을 줄여도 될 정도로 정비 됐다.

-영화제 내부의 조직력과 시스템을 특히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엄연히 김동호라는 뛰어난 인물에 의존하는 영화제였다. 처음에는 그게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그게 김동호가 아닌 내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조직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각 부서의 자율성도 강화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전에 없이 조직 개편도 했다.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한 가지 일만 해서 생기는 폐단을 막고 다방면에 능력을 갖자는 뜻에서 부서 간 자리도 많이 바꿨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스탭들에게 말한다. 조직력과 시스템을 키워서 20회째를 맞이해서는 이용관 없이도 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운영면에서는 ‘관객 중심 영화제’가 또한 강조점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을 관객을 위한 공간으로 서비스한다고. =그렇다. 그러다보니 돈도 적잖이 들었다.(웃음) 티켓팅, 검색, 휴식 등에 필요한 새로운 기기들도 필요했고. 서비스를 한다는 건 역시 돈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그걸 즐길 영화제 관객들을 생각하면 뿌듯하다. 영화의 전당 1층의 모든 실내와 실외가 관객 서비스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게 올해의 획기적인 변화다.

-9월3일 영화제 기자회견 당시, 특별히 정부 지원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기획재정부의 영화제 지원 예산 축소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텐데. =일주일 전에 최종 결정 났다. 3억원이 깎였다. 원망스럽다. 돈이 깎였다는 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예산이야 어느 정부나 단체나 모자라면 줄일 수도 있는 거다. 같은 예산 안에서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이니까 말이다. 못마땅한 건, 영화제를 지역 축제로 보는 중앙 부처 관료들의 협소한 인식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 영화제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임을 인정했는데도 그걸 역행하는 그 인식 말이다.

-지난 29일에는 이례적으로 영화제를 앞두고 대통령이 방문하여 간담회를 갖지 않았던가. =영화제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 문화 융성에 대한 철학을 알게 된 자리였다. 하지만 예산 이야기를 할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영화제 기간에 주말이 두 번 끼어 있었다. 올해의 일정은 어떤 점들을 고려한 것이었나. =개막식이 공휴일이라는 것을 감안했다. 한글날 효과를 기대한다. 예매 상황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행히도 예매율은 지난해보다 더 좋다. 토요일 폐막은 지난해에도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올해도 유지했다. 향후 몇 년 뒤에는 일요일 폐막도 생각하고 있다. 작품수가 많아서 보고 싶은 걸 다 못 본다는 아쉬움도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전반적으로 볼 때 향후 영화제의 중점사안이 있다면. =그 문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여전히 고민해야 할 숙제다. 한편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예컨대 임권택 감독님 회고전을 영화제 시작 전부터 했던 것 말이다. 영화의 전당이 없던 시절에는 아무리 욕심을 내도 못할 일이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거다. 영화의 전당 효과가 이렇게 나타나는 거다. 이게 영화제 하는 맛이 아닐까. 새로운 실험도 하고 새로운 자긍심과 숙제도 많이 발견해 내는 것.

-올해가 18회다. 20회 영화제에 대한 계획과 전망은. =글쎄, 20회에 하려던 전작전 행사를 올해 해버려서.(웃음) 무엇보다 그때쯤 되면 영화의 전당이라는 이 공간 전체를 관객이 에워싸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3, 4층까지 관객과 전문가가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