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Television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 방글라데시, 독일 | 2012년 | 106분 | 폐막작 OCT13 야외 19:00
<텔레비전>의 무대는 방글라데시의 작은 마을인 미타누프르다. 이곳에 들어오는 신문에는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곳의 촌장인 아민은 우상숭배를 인정하지 않는 코란의 율법에 따라 “생명이 없는” 일체의 이미지를 금지시키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안 되고, 핸드폰은 어른들만 쓸 수 있는데, 카메라폰은 쓸 수 없다. 당연히 TV 시청도 허락되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아민의 아들과 그의 연인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을의 규칙 때문에 이들은 21세기인 지금도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고 있다. 만약 핸드폰을 쓸 수 있다면, 컴퓨터로 화상채팅을 할 수 있다면, 이들은 전 세계 연인들처럼 언제나 대화하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 때문에 이미지를 갈구하게 된 연인은 결국 사람들 몰래 핸드폰과 컴퓨터를 구입한다. 마을에 스며들기 시작한 기술의 매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속도로 퍼진다.
<텔레비전>은 <배첼러>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 <제3의 인생>등을 연출한 모스타파 파루키 감독의 4번째 작품이다. 방글라데시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과 불안, 위선을 주제로 삼던 그는 <텔레비전>에서 그들의 가치관이 변하는 과정을 중계하고 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현대문명과 이를 막으려는 소동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마을 청년들이 강을 건너 TV를 보러가자 촌장은 비자를 발급하려 들고, 마을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만들자는 생각에 TV 모양을 한 무대를 만들어 연극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펼쳐놓는 방식 또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고민에서 나온 듯 보인다. 무엇보다 방글라데시의 영화 <텔레비전>이 방글라데시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종교의 차이와 세대 간의 불화, 현대문명과 전통문화의 충돌 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있다. 친숙하지 않은 나라의 영화라는 선입견만 지운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Tip. 부산국제영화제의 ACF인큐베이팅펀드와 ACF후반작업지원펀드를 통해 제작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