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손길> Touch of the Light 장영치 | 대만, 홍콩 | 2012년 | 110분 OCT11 롯데4 13:00
맹인 피아니스트 유시앙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다. 영화의 전반부는 대학에 입학한 시앙의 적응기와 댄서의 꿈을 접고 음료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치에의 일상을 교차시킨다. 도로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서로의 독려에 힘입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간혹 주인공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빛의 손길>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고운 심성을 지녔다. 착한 캐릭터와 교훈적인 결말, 감동을 자아내는 일부 장면들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빛의 손길>에는 이 같은 단점들을 상쇄하는 분명한 미덕이 있다. 영화는 시앙이 주변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선을 익히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마치 시앙의 인도로 새롭게 눈을 뜨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소 남발되는 감은 있지만 클로즈업이나 빛의 굴절 이미지, 짧은 편집리듬 등이 이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쓰인다. 영화라는 시각 매체를 통해 맹인의 감각을 어떻게 극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관해서 깊이 고민한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부산영화제에 소개되었던 단편영화 <터널의 끝>의 장편 버전이다.
Tip.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건반 위의 시앙의 손과 춤추는 치에의 몸은 인상적인 합주를 이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