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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사람] 말하지 못해도 괜찮아
이화정 2012-10-11

양영희 감독

문제생으로 유명해지자

“이번엔 아예 문제생으로 유명해지자 마음먹고 왔다.” <가족의 나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영희 감독은 씩씩하게 말했다. “전작을 만들 때 평양의 가족에 해가 될까봐 조심했던 것들,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우리 가족을 아주 유명한 가족으로 만들면 오히려 피해가 안가겠다 생각했다”는 감독이다. 그런 ‘작전’에 도달하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했을까. 난생 처음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삼켜야했다. 그러고 보니 3년 전 <굿바이, 평양>으로 부산을 찾았을 때의 그녀가 단박에 이해가 됐다. 난 그때 아마도 오해를 좀 했던 것 같다. 전작 <디어 평양>으로 그녀를 조금은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내내 의외로 삼가는 말이 너무 많아 의외였다. 우리 사이엔 엄연히 ‘여기까지…’의 장벽이 있었다. 인터뷰이가 기자에게 털어놓지 못할 말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사뭇 냉담한 태도가 느껴져 야속한 마음도 없잖아 들었던 차였다. 돌이켜보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이 가족의 상황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난 그녀 안에 이런 소용돌이를 십분의 일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왜 두 편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와 책으로 같은 이야기를 동어 반복해야 할 슬픈 운명인지. 그 생각이 부산에 있는 내내 문득문득 내 감정을 치고 올라왔고, 그래서 슬프다. 기자회견이 있기 전날, 난 카자흐스탄영화제에서 막 도착한 그녀와 식사를 했었다.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을 텐데, 그녀는 줄곧 쾌활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예뻐 보였다. 그녀 안에서 이루어진 이 소중한 결론에,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고 싶다. 다시 또 부산에서, 그녀의 다음 장편을, 그리고 그녀의 미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