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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choice] <정원사> The Gardener

<정원사> The Gardener 모흐센 마흐말바프 | 이란 | 2012년 | 87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OCT11 CGVS 16:00

<정원사>는 이란의 명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신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지금 망명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의 주요한 반정부 인사로 낙인 찍혀 매일을 테러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란을 떠나 아프가니스탄으로 타지키스탄으로 프랑스로 그리고 영국으로 국제 유랑민이 되고 말았다. 그가 <정원사>를 만든 건 그래서 더 놀랍다. 이스라엘, 즉 이란의 적대국에 속하는 곳에서 이 영화는 촬영되었다. 이란의 반정부 인사가 적대국에 속하는 곳에서 영화를 찍었으니 신변이 더 위험해진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마흐말바프가 이곳에 간 이유가 있다. 바하이 종교라 불리는 소수 종교의 본산지가 이스라엘에 있다. 기독교와 불교와 이슬람교의 장점만을 가져와 교리로 삼았다는 바하이 종교는 170년 밖에 되지 않은 소수 종교다. 마흐말바프는 그 점을 주목한 것 같다. 거대 종교 집단들에게 박해 받는 소수 종교라는 점. 모흐센은 아들 메이삼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바하이 종교 사원의 정원을 돌아다니며 이 세상에 있는 종교성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감독이 선택한 생각의 방식은 역할놀이다. 아버지인 자신은 종교의 긍정적 측면을 살려내야 한다는 입장 쪽에서 말하고 아들 메이삼은 종교가 오히려 세상의 악을 낳는다는 입장 쪽에서 말한다. 동시에 그들은 각자의 카메라로 서로를 촬영하고 그런 그들을 제 3의 카메라가 또 촬영한다. 그들의 대화 사이마다 바하이 종교의 역사를 담은 자료 화면이 등장하거나 인터뷰가 등장한다. 나는 어떻게 파푸아뉴기니에서 이곳으로 와서 정원사가 되었는지, 나는 어떻게 친구의 권유로 이곳에 이주했는지 그 정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말한다.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그렇게 가상의 논쟁과 역사적 자료와 평화를 찾은 사람들을 묶어 내어 우리에게 다시 종교에 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Tip. 정원에 누워 잠을 청하는 모흐말바프, 그를 깨우는 아들 메이삼. 이 장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