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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눈물 대신 청춘의 꿈
강병진 사진 전민철 2012-10-11

<빛의 손길>에 출연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유시앙

<빛의 손길>은 대만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유시앙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유시앙이 직접 자신을 연기했고,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반은 실화고, 반은 만든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그리려 했다. 난 대본을 외울 필요가 없었다. 큰 방향만 잡고 편하게 연기했다. 그 외 지팡이를 움직이거나 잡는 모습들을 직접 보여주려 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그가 필요했던 이유는 피아노였다. 시각장애인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만, 유시앙 만큼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배우는 없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유시앙은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많은 좌절을 경험했지만, 노력 끝에 지금은 ‘마사키 바바’라는 밴드에 소속돼 수많은 뮤지션과 협연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빛의 손길>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직접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아마 그의 진짜 사연 속에는 눈물을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다. 주인공을 위해 헌신하는 가족들의 희생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빛의 손길>은 유시앙과 그와 함께 음악을 하는 친구들, 그리고 무용가가 되고픈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그의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는 청춘드라마로 만들었다. “남자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화목한 가정을 가졌다. 여자는 몸에는 이상이 없지만, 가족과 갈등을 겪는다.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이 영화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로 만들자고 했다.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다.” 유시앙은 “<빛의 손길>을 통해 자신의 꿈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성공할 거란 믿음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시앙이 바로 그 믿음의 증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