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The Life of Budori Gusuko 기사부로 스기이 | 일본 | 2012년 | 106분 OCT10 소향 11:00 OCT12 하늘연 10:00
영화는 한없이 파란색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파란색이 점점 변하면서 녹색의 숲으로 바뀐다. 그 숲속에는 부도리와 동생 넬리 그리고 그의 부모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원색의 대자연은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그런 풍요 속에서 부도리는 학교에서 시를 배운다. 그러다가 추위가 찾아오고 화면은 온통 회색빛으로 바뀐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냉해에 가족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부도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냉해를 막아보기 위해 집을 나간다. 동생과 둘이 남은 부도리는 동생마저도 누군가에게 뺏긴다. 가족을 모두 잃은 부도리는 산을 떠나 마을로 내려오고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그 집에서 농사일을 도와주며 기거한다. 하지만 벼농사도 쉽지 않다. 벼가 병에 걸리자 논주인은 논을 갈아엎어 메밀을 심고 수확한 메밀로 겨울을 난다. 이에 부도리는 주인이 건네준 책을 읽고 공부해서 다음해부터 병충해를 막지만 또 찾아온 극심한 가뭄에는 손 쓸 도리가 없다. 부도리는 다시 길을 떠나 책을 쓴 교수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향한다.
영화에서 먼저 보여주는 것은 대자연의 힘이다. 대자연의 힘은 강력하고 그 앞에서 인간의 힘은 한없이 나약하다. 그 다음에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의 힘이다. 도시에 온 부도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비행선이며 부도리가 경이와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는 인간의 힘으로 화산의 분출 방향을 바꾸어서 마그마를 바다로 보낼 때다. 부도리는 자연의 재앙을 막기 위해 화산국에 일하면서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을 빼앗아간 냉해가 다시 찾아오자 부도리는 자신을 희생시켜 자연의 재앙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한다. 인간의 힘을 보여주던 영화는 부도리의 자기희생을 통해서 결국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을 제시한다. 기사부로 스기이 감독은 유려한 색감과 화려한 영상을 통해 빚어낸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그의 화두를 잘 녹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