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Comrade Kim Goes Flying 안자 델르망, 니콜라스 보너, 김광훈 | 벨기에, 영국, 북한 | 2012년 | 81분 | 특별상영 OCT10 하늘연 19:00 OCT12 소극장 10:00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통용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벨기에와 영국, 북한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이 영화는 북한의 영화제작시스템 안에서 제작됐다. 시나리오의 문법과 연기의 방식은 지난 세월 동안 북한에서 개발되어 온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문법의 영화일지 모르나, 남한의 관객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일 듯 보인다. 광부의 딸로 태어나 탄광촌에서 자란 영미(한정심)는 평양교예단의 곡예사를 꿈꾸는 ’탄광 처녀’다. 평양의 건설부대로 배치된 그녀는 곧바로 곡예단을 찾아가 오디션을 본다.
하지만 자신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는 줄 몰랐던 영미는 줄에서 떨어지고, 그런 그녀에게 유명 곡예사인 장필(박충국)은 코웃음을 친다. 영화는 이때부터 건설장으로 돌아간 영미가 다시 꿈을 되찾는 과정을 묘사한다. 건설장 동료들은 그녀의 꿈을 응원하고, 함께 곡예를 연습한다. 드디어 건설장 인부들이 공연을 펼친 날, 영미의 뛰어난 실력에 놀란 장필은 그녀를 곡예단에 영입하려든다.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의 이야기는 언뜻 <스타 탄생>같은 성공스토리를 연상시킨다. 탄광촌 소녀가 정상의 곡예사로 성장한다는 설정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영미가 빌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음껏 날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의 현실인 탄광촌을 비루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솜씨로 다른 광부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며, 노동을 신성하게 여긴다. 영화는 영미의 꿈과 성공이 곧 북한 노동계급의 승리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건설장 동료들이 그녀가 곡예사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도 “노동계급의 힘을 보여주자”는 구호 아래에서 가능한 것이다. 약 3년간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했던 제작진은 노동계급의 가치를 결합시킨 후에야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그처럼 지금 북한영화가 지향하는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일 것이다. 과거 북한 최고의 스타였던 인민배우 리영호가 영미의 따뜻한 조력자로 등장한다.
Tip. 김영미를 연기한 배우 한정심은 실제 평양교예단의 단원이다. 언뜻 장쯔이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