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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작고 소박한 이야기의 향기
이화정 사진 이동훈(객원기자) 2012-10-10

<소피아와 고집 센 남편> 감독 안드레스 부르고스 바예호

“코미디가 드라마보다 더 깊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콜롬비아 감독 안드레스 부르고스 바예호는 그 신념을 <소피아와 고집 센 남편>에 전개시킨다. 매일 아침 커피 끓이고, 남편 출근 시키는 게 일인 60대 여성 소피아의 반복되는 일상. 영화는 바다를 보는 게 꿈이었던 그녀가 절친한 친구의 죽음 후 갖는 짧은 일탈을 깜찍하고 코믹하게 연출한다. “노인이 소재라면 무거운 주제가 대부분이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모든 대중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자연재해와 정치적 문제로 얼룩진 많은 콜롬비아 영화 속 풍경은 이 영화엔 없다. 오히려 아름다운 색감과 목가적인 풍경은 동화책장을 넘기는 듯 아름답다. 특히 소피아가 매일 밤 꾸는 꿈의 연출은 학예회의무대처럼 컬러풀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꿈 장면은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내가 가진 질문과도 같다. 늙었다고 해도 그가 가진 꿈이나, 마음까지 나이가 드는 건 아니다.” 영화 속 소피아는 마치 동화 <파랑새>나 <오즈의 마법사>의 아이들처럼 짧은 모험을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언제 격정의 시간이 있었냐는 듯, 또 다시 커피가 보글보글 끓는 영화 속 아침처럼 이 영화 역시 작고 소박하다. “내 최대 관심사는 인간관계다. 작은 이야기를 작은 영화 속에 표현하고 싶다.” 여타의 콜롬비아 영화와 달리 흔치 않은, 독특한 시도다. “한국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디테일하고 세심한 부분들이 엿보여서다. 스탭들에게 장면을 설명할 때도 한국의 작품들을 많이 예로 들었다.” 투자와 제작 여건이 쉽지 않은 자국의 상황 때문에 두 번째 영화는 아직 미정. 빨리 그의 작은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