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The Empty Home 누르벡 에겐 |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프랑스 | 2012년 | 98분 아시아영화의 창 OCT09 롯데6 11:00 OCT10 M해운대1 14:00
아셀은 키르기스스탄에 사는 열아홉 소녀다. 어머니는 일찍 여의었고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과 한집에 산다. 아셀은 곧 마을의 지도자인 술탄과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 결혼은 일종의 거래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경제적 풍요를 누릴 것이고, 술탄은 자식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아셀에겐 남자친구가 있다. 뱃속엔 남자친구의 아이도 자라고 있다. 술탄과의 결혼식 첫날 밤. 아셀은 모두를 뒤로하고 마을을 뜬다. 도착한 곳은 모스크바. 아셀은 낙태 수술을 부탁한 의사에게서 한 여인을 소개받는다. 건강한 아기를 갖길 원하는 프랑스인 여자다. 그러나 여자는 정신상태가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셀은 그녀를 위해 아이를 낳기로 한다. <빈집>은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려나가는 소녀의 삶을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담아낸다. 국가도, 부모도, 친구도 심지어 법조차도 보호막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 한 소녀가 서 있지만, 영화는 함부로 소녀를 동정하지 않는다. 소녀의 입을 빌려 발언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소녀의 기구한 운명을 따라갈 뿐이다. 끝끝내 소녀에게 희망을 허락지 않는 이 영화가 소름끼치도록 잔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르벡 에겐 감독은 그것이 키르기스스탄 소녀가 처한 현실이라고 말하려 한 게 아닐까.
Tip. 소녀는 한번도 환하게 웃지 않는다. 소녀의 웃음을 앗아간 건 누구인가, 묻게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