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와 세 번째 인연이다. PPP 프로젝트와 작품 상영으로 양야체 감독에겐 부산이 낯설지 않다. 올 상영작 <여친 남친>은 그의 두 번째 장편. 대만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랐고, 금마장상 7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흥행과 비평에서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대만의 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 남녀 바오메이, 아론, 량의 30년간의 인연을 통해 양야체 감독은 격변기의 시대를 살아온 인물들의 관계를 클로즈업한다. <여친 남친>은 젊은 날 한때의 감정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생의 굴곡으로 드라마를 확장시킨다. 양야체 감독은 “아버지가 사주보는 일을 하셨다. 그래서 사람은 길게 봐야 끝을 알 수 있고, 그 감정의 모양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그들을 지켜본 이유를 설명한다. 얼핏 허샤우시엔 감독의 작품이 떠오르겠지만, 선택의 순간 세 인물의 의지가 사뭇 자유롭단 점에선 좀 더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양야체 감독은 “우리 시대는 과거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사고를 가질 수 있는 시기를 지나왔기에, 영화에도 이 분위기가 반영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차기작으로 그는 중국 사회에 암암리에 퍼진 뇌물수수를 통해 부패한 정계를 해부하는 <중국의 붉은 피>를 기획 중이다. 올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출품작이기도 하다. 중국, 대만의 영화가 활성화되는 요즘, 그는 영화에 관해서는 원칙을 고수하려 한다. “돈 버는 영화에 다들 몰려드는 건 심각한 일이다. 다양한 장르와 시도를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이럴 때 일수록 중요하다.” 차기작을 앞둔 그의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