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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생의 기적을 따라서

폴란드 거장 특별전에 초청된 <조용한 태양의 해> 감독 크지스토프 자누시

폴란드의 거장 감독 크지스토프 자누시는 어느새 부산을 자주 찾는 친숙한 손님이 됐다. 작년에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영화도 가르쳤다. 학생들에게는 영화를 만들 때 무엇을 명심하라 일렀을까. “기억이 잘 안 난다 (웃음). 하지만 AFA 영화학교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면 영화가 국제화하는 추세 속에서 보편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규칙 같은 걸 따르지는 않았다.” 올해 폴란드 거장 특별전 상영작 중 한 편인 <조용한 태양의 해>(1984)가 그렇게 아직 그가 노년에 이르기 전, 비교적 젊었던 시절에 만든 영화에 속한다. 2차 대전 이후 미군 병사와 중년의 폴란드 피난 여성 사이의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심사위원장을 할 당시에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다. “오늘 밤에 상영은 있는데 보지는 않을 거다. 여전히 내 작품을 본다는 건 긴장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것 같은 떨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 영화에 얽힌 사연 한 가지를 덧붙였다. “실화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신 당사자는 영화가 완성된 시점에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어떤 자그마한 단체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한 노년의 부인이 내게 와 말했다. 자기에게도 비슷한 사랑이 있었다고. 이런 기적은 늘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기적을 가능케 하는 자누시 영화의 바탕을 말하라면 바로 이것이다. “영화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윤리적 선택, 형이상학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인생,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의 영원한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