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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사람] 말없이 웃겨드리무니다
이다혜 2012-10-08

코미디언 마츠모토 히토시

다음엔 꼭 단독 인터뷰 합시다

일본에서는 코미디언이 연기를 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것은 한국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코미디언 출신이라고 해서 꼭 코믹한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면 감독 겸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가 있지만, 여기서 이야기할 ‘부산에서 만난 사람’은 마츠모토 히토시다. ‘다운타운’이라는 콤비로 <다운타운DX> <헤이!헤이!헤이!>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가키노츠카이> <스베라나이 하나시>같은 프로의 컨셉부터 진행, 출연까지 해내는 코미디언이다. 2009년, 그가 <심볼>이라는 두 번째 영화를 연출하고 부산을 찾는다고 했다. <심볼>은 이상한 방에 갇힌 남자가 몸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돌파하려는 시도를 담은 영화인데 전작 <대일본인>이 ‘일본적’이라고 평가받았던 것을 스스로 돌파해보고자 했던 시도가 돋보였다.

웃음의 신이 내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어적 유희에 능한 그의 코미디를 좋아했기 때문에 마츠모토 히토시의 부산 방문을 오매불망 기다렸건만, 이럴 수가. 부산영화제가 시작하던 시점에 그가 첫 딸을 낳았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혹시 늦게 얻은 딸 때문에 부산 방문을 취소하는 것은 아닐까 근심이 앞섰다. 기자라는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이란 이런 것이다! 결국 부산 방문은 예정대로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국 기자회견만이 열렸고, 질문 기회가 많지 않을 게 분명해지고 나니 여러 질문을 압축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질문을 고르고 골라야 했다. 결국 내가 던진 질문은 <심볼>의 비언어성이 갖는 무성영화적인 연출법이었고, 그는 알아봐주어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외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언어적으로 웃음을 주려는 시도를 최소화했다고 대답했다. “해피엔드라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는 코미디언 마츠모토 히토시. 그가 부디 영화를 꾸준히 만들기를, 그리고 다음 부산에서는 꼭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