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케빈 베이컨 게임을 따를 때, 릴리아 쿤타파이는 케빈 베이컨과도 6단계만에 연결된다.
필리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알지만, 대부분 그녀를 모른다. 릴리아 쿤타파이는 30여년간 공포영화의 귀신이나 마녀를 연기했던 조연배우다. 필리핀 영화계의 케빈 베이컨이나 다름없지만 그녀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릴리아 쿤타파이의 6단계 법칙>은 생애 처음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그녀가 시상식을 기다리는 상황을 담은 모큐멘터리다. 신문에서 처음 자신의 이름을 읽고 눈물을 흘린 그녀는 수상 소감을 준비한다. 그녀의 소망은 이번 시상식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인간극장> 같은 작품을 연상할 수도 있지만, 앙트와넷 자다온 감독은 스스로 다져온 배우로서의 자부심을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비록 무명배우로 가난하게 살지만, 그녀는 “만약 그 역할에 내가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연락을 해올것”이기 때문에 휴대폰을 만들지 않는다. 출연작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 직접 포스터를 그려서 벽에 붙여놓는다. 자신을 보고도 긴가민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마녀 연기를 보여준다. 필리핀영화의 살아 있는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자, 남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았던 뜨거운 인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과연 그녀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지는 직접 확인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