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연극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하기에 소다 카즈히의 <연극1 & 2>는 충분치가 않다. 그건 마치 342분이라는 ‘다소’ 긴 이 영화의 상영 시간이 어쩌면 한 사람을 설명하기에는 역시나 충분치 않은 시간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는 두 개의 파트, <연극1>과 <연극2>로 나뉘어 있지만 그렇다고 두 개의 이야기가 히라타 오리자의 서로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다 카즈히로는 어떠한 인터뷰나 보이스오버 나레이션 없이 히라타가 새로운 연극을 쓰고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그저 묵묵히 쫓아간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히라타는 배우들의 대사톤을 정리하고, 동선을 체크하며, 끊임없이 대본을 고쳐나간다. 그리고 연극을 준비하는 사이사이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이 연극을 올리는 것을 지원하며, 연극제가 열리는 작은 지방 마을을 찾아 공연을 기획한다. 그런데 그가 이런 ‘예술적’인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본을 쓰던 노트북으로 자신이 이끌고 있는 극단인 ‘청년단’의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고, 소속 배우들의 월급을 분배하며, 빠듯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훌륭한 점은 우리가 ‘예술가’라고만 불러왔던 히라타 오리자가 자신의 (예술적인)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나가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시대에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이 가능한가? 한 강연에서 히라타는 ‘연극이 영화보다 더 많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라고 이야기한다.배우가 무대에서 떠날 때 영화의 카메라는 무대 밖 배우를 따라갈 수 있지만, 연극은 이 공백을 관객들의 상상만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소다 카즈히로는 히라타의 가르침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만 있던 히로타의 ‘무대 밖’ 삶을 카메라로 담는다. 거꾸로 그는 그것이 연극이 아닌, 영화로서의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힘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어쩌면 스포일러! 342분을 ‘버틴’ 당신만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마지막 장면을 만나게 될 것이다.
[wide angle] 연극 1 & 2(Theatre 1&2)
글
우혜경(영화평론가)
2012-10-06
소다 카즈히로 | 일본, 미국, 프랑스 | 2012년 | 342분
OCT06 롯데2 14:00
OCT11 CGV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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