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타이사람들은 폭력적인 일을 생각할 때, 부처님을 먼저 떠올린다.”- 논지 니미부트르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첫 번째 스릴러영화다. 동시에 <잔다라>에서 탐구했던 트라우마의 세계를 더욱 깊게 파고든 작품이다. 사람을 망치로 때려죽이는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범죄 프로파일링으로 유명한 정신과의사 쿠엔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어느 날, 과거에 만났던 소녀와 재회한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지닌 광이다. 과거 쿠엔은 그녀의 기억을 도와 사건을 해결했지만, 광은 어른이 된 뒤에도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쿠엔이 다시 그녀를 도우려 하는 가운데, 쿠엔의 어린 시절 친구가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과 연쇄살인사건이 쿠엔에게서 끄집어내는 것은, 그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다른 상처다. 타이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중영화감독이자 비주얼리스트인 논지 니미부트르는 극중의 쿠엔이 겪는 착각과 환영을 보는 이들에게도 느끼게 만든다. 얼굴에 떨어지는 물, 코에서 흐르는 피, 귓가 주변을 맴도는 파리 소리 등 인물이 촉각과 청각으로 느끼는 감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연출이 놀랍다. 여러사람의 상처가 겹치고 겹치면서 기억을 왜곡시킨다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한 충격적인 반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유희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살인장면의 에너지를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