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레오스 카락스가 돌아왔다. 드니 라방과의 아름다운 협연!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파워풀한 작품.
이 영화에 관한 한 가능한 많은 감탄사를 끌어모으는 게 좋겠다. <폴라 X> 이후 무려 13년 만에 선보이는 레오스 카락스의 장편은 때로 미친 것 같고 아주 기괴하며 그리하여 마침내 아름답다. 영화는 오스카라는 한남자가 하루동안 겪는 9번의 다른 삶을 묘사한다. 어느 기업의 CEO처럼 출근길에 오른 남자는 늙은 거지로, 모션캡처 배우로, 미친 남자로, 또 자상한 딸의 아빠로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파리 곳곳을 배회한다. 커다란 리무진에는 그의 변장을 용이하게 해줄 각종 분장도구와 시나리오가 항시 준비되어 있고, 비서가늘 함께한다. 하루 일과를 온전히 타인의 인생으로 살아가는 이 남자의 정체가 궁금하다고? 레오스 카락스와 드니 라방의 가장 아름다운 협연이 될 이 영화에서 오스카의 하루는 역할을 바꾸는 배우의 운명이 되어도, 또 현대사회에 찌든 우리 삶의 궤적이 되어도 무방하다. 영화의 제목 ‘홀리 모터스’가 출발한 지점, 필름카메라가 작동할 때 내는 소리를 적용해봐도 괜찮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현장, 모터 소리가 나지 않는 현장에 대한 상징과 은유는 변화하는 영화계를 겪어온 연출가 레오스 카락스의 작업 연대기이기도 하다. 그게 꼭 이렇게 긴 시간을 돌아서야 그가 모습을 드러낸 이유인 것만 같아 가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