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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심장 수술을 했지만 촬영할 땐 끄떡없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과 마스터 클래스 참석 위해 부산찾은 와카마츠 코지 감독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는 일본 독립영화계의 영원한 대부 와카마츠 코지다. 마스터 클래스도 함께 열린다. 그는 70대 중반의 나이를 잊은 듯 <11.25 자결의 날> <해연호텔 블루> <천년의 유락>을 연이어 만드는 활력을 뽐냈고 세 편 전부 부산에서 상영한다. 그중에서도 “<천년의 유락>을 특히 눈여겨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배우를) 찍는 건 좋아하는데 (내가) 찍히는 건 역시 안 좋다”며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꺼이 친절하게 그 유명한 선글라스를 벗어 포즈를 취해 주어 그를 보필하는 스탭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인터뷰를 시작하고는 농담과 독설로 거침이 없다. 정말 놀라운 건 일본 영화의 영원한 반골이자 싸움꾼이자 아웃사이더인 이 노익장의 감독이 지금 이 순간에도 두 편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일본 원자력 발전소와 3.11 대지진에 관한 것이다. 또 하나는 오키나와 위안부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할 문제가 남아서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한국인, 대만인등 아직 살아있는 관계자들이 많아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좀 있다.

-<11.25 자결의 날>을 만든건 좀 놀라운 일이었다. 좌파적 성향이 강한 당신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들었을 때 무척 흥미로웠다. 적군파 이야기인 <실록연합적군>을 만든 당신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실록연합적군>에 등장하는 장면, 적군파 청년들이 눈보라 헤치며 걸어가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 장면을 찍으면서 생각했다. 저 젊은이들은 도대체 돈도 안 되고 얻을 것도 없는데 무엇을 위해서 저 길을 가는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미시마 유키오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젊은 작가는 또 왜 그랬을까(미시마 유키오는 강성한 자위대를 부르짖으며 할복한 일본의 유명작가다). 양쪽이 생각은 다르지만 어쩌면 같은 양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양쪽을 함께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시마 유키오의 삶을 영화로 다룰 때 어떻게 다루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인가. 되도록 흥분하지 않고 기록해내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중요한 건 성실하게 재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가 왜 죽었는지에 관한 진실은 죽은 그 사람 밖에는 모르는거다. 그래서 살아 남아있는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화하려고 했다. 지금 일본인들은 미시마 유키오가 누군지도 모른다. 젊은 사람들은 그를 거의 알지 못한다. 처음에 우익쪽에서는 내가 미시마에 관해 찍는다고 했을 때 안좋게 그려내지 않을까 걱정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는 오히려 아름답게 만들어줘 감사하다는 말도 들었다.(웃음) 영화 속에 파도가 치고 벚꽃이 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통해 미시마의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말이 나온 김에 묻고 싶다. 언젠가 당신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알고 보면 기본적으로 폭력적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일본’에 관하여 쉬지 않고 여러 차원에서 비판해왔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일본은 어떤 사회인가. =지금 일본의 정치에 관해서라면,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전부 다 싫다!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가 지금 몇 명이나 있겠는가. 자기의 선거만 생각하고 민주화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독도가 일본 것이다, 센카구가 일본 것이다 하면 사람들이 다 믿어 버리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침략 역사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이 왜 화를 내는지, 중국이 왜 데모를 하는지 모르는 거다. 교육 또한 잘못되어 가기 때문이다.

-<해연호텔 블루>는 소닉 유스의 멤버였던 짐 오루크가 음악을 맡았다, 짐 오루크와 당신 사이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가 당신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제안했을 때 당신이 언어 소통 문제를 이유로 거절했는데 도리어 짐 오루크가 일본어를 배워서 다시 청하게 됐다는 일화 말이다. 정말인가? =(웃음) 정말이다! 처음에는 자기 음악을 들어봐 달라고 했다. 그날 음악을 듣고 같이 술을 마시게 됐는데 자꾸 내게 영어로 말을 거는 거다. 나하고 함께 일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랑 일하고 싶으면 일본어를 배워 오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 1년 뒤에 일본어를 말하는 수준 정도로 배워서 찾아온 거다! 그렇게 해서 <실록연합적군> 음악을 맡게 되었다. 그는 내 영화의 음악을 공짜로 만들어 주고 있다.(웃음)

-<천년의 유락>은 일본 근대 문학의 중요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 나카가미 겐지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어떤 점이 당신의 흥미를 끈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작품 보다는 작가가 너무 좋아서 만든 경우다. 그와는 같이 술마시고 노는 친한 사이다. 그의 책은 사실 서너 권 밖에 읽은 게 없지만, 사람이 정말 매력적이다. 같이 술 마시면서 너는 천민 나는 백정 하면서 장난치고 논다.

어떤 사람이든 나이가 들면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당신은 그런 것과는 당최 거리가 먼 것 같다. 비결이 무엇인가. =비결? 갈 때가 다 됐기 때문이다. 찍을 건 다 찍고 가야지.(웃음) 최근 건강이 좀 좋지 않았다. 심장을 수술했고 신장도 좀 불편하다. 하지만 촬영 때는 끄떡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