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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이야기 속 미추(美醜)의 공존 <니뇨> Nino
송경원 2011-10-11

<니뇨> Nino 로이 아르세나스 | 필리핀 | 2011년 | 100분 | 뉴 커런츠

셀리아는 한때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지만 지금은 사촌 오빠인 가스파의 저택에 얹혀 지낸다. 그의 저택에는 언제나 오페라가 울려 퍼진다. 은퇴한 정치인이자 로페즈-아란다 가문의 당주인 가스파가 음악을 몹시 사랑한 덕분에 셀리아와 가족들은 저택에서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유지해나간다. 셀리아는 자리보전한 가스파의 병수발을 들며 계속해서 그의 환심을 사고자 애를 쓰고 가스파의 식구들은 그런 그녀가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스파가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갈등은 본격화된다.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돌아온 가스파의 딸 라퀠은 아버지가 죽으면 바로 대저택을 팔아버리려 한다.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셀리아는 가스파의 회복을 위해 동료 오페라 가수들을 불러 함께 노래를 부른다.

스페인어로 꼬마 또는 아기예수를 뜻하는 ‘니뇨’는 영화 속 오페라의 노랫말이자 어린 조카 안토니를 부르는 이름이다. 가족 각자의 탐욕과 뒤틀린 성적 욕망으로 뒤엉킨 이 영화에서 ‘니뇨’라는 제목은 순결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가족이란 말은 그저 허울 뿐, 이기심과 질투로 가득 찬 식구들 사이에서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어린 안토니와 음악뿐이다. 셀리아가 늙은 오빠의 집에서 내쫒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가운데, 은밀하게 엮여 들어가는 사촌들 간의 근친과 불륜은 인간의 지저분한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족들의 경계 어린 눈빛을 뒤로 하고, 셀리아와 그녀의 친구들이 부르는 오페라의 청아한 음색이 저택을 가득 메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음악이 아름답게 울려 퍼질수록 그들의 추악함은 더욱 선명해지고, 이 분명한 대비가 비극적 정서를 고양시킨다.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추(美醜)가 공존하는 한 순간을 창조해낸 로이 아르세나스 감독은 어린 안토니 ‘니뇨’의 천진한 뒷모습을 마지막 희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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