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 JIG 수번 | 영국 | 2010년 | 93분 | 와이드 앵글
<토들러 앤드 티아라>라는 미국 리얼리티 시리즈가 있다. 10살이 채 안된 소녀들 대상의 미인선발대회를 무대로 한 프로그램이다. 엄마 젖도 못 뗀 듯한 아이들이 푸들 머리에 티아라를 쓰고 섹시한 댄스로 심사위원들을 유혹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하지만 이 지구의 어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경연대회에 돈과 명예와 목숨을 걸기도 한다. <지그>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이리시 댄싱 월드 챔피언십을 무대로 한 다큐멘터리다.
먼저, 아이리시 댄싱이라는 아름다운 단어에 속아서는 안된다. 이건 거의 발만 이용해서 무수한 점프를 해내야 하는 전통춤인데,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가 거의 애크러배틱 체조에 가깝다. 카메라는 아이리시 댄서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른다. 그런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전통춤 대회 따위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비웃을 양 카메라를 뒤따르다보면 무시무시할 정도로 열정적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버전의 <빌리 엘리어트>라고 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