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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행위 자체는 늘 진보이다 <메쉬> MESH (Walking)

<메쉬> MESH (Walking) 시아르 압디 | 터키, 독일 | 2011년 | 90분 | 플래시 포워드

1980년대를 배경으로 쿠르드 족의 힘든 삶을 그려내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소년 젠고다. 목판을 둘러메고 하루 종일 껌을 파는 젠고는 매일 같은 장소를 배회하는 할아버지를 눈여겨본다. 어깨에 삐딱하게 외투를 걸친 채 신발 한 짝의 뒤축은 꺾어 신고 같은 길을 왔다 갔다 반복하는 셀리오다. 그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며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는 일상을 되풀이 한다. 몇 년 전부터 말을 하지 않는 그는 가족과 떨어져 창고 같은 장소에서 홀로 지내며 담배만을 벗 삼아 지내고 있다. 왠지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젠고는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 담배 한 개비를 그의 거처 안으로 밀어 넣어준다. 젠고는 조금씩 마음을 여는 셀리오를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로 데려가고 셀리오는 처음으로 미소를 보인다. 젠고와 셀리오가 마을회관 극장에서 흑백 갱스터영화를 함께 보던 날 진짜 총성이 울린다. 둘이 진짜 친구가 되어 가는 그 시간 터키군이 진격하고 셀리오를 비롯한 마을 남자들이 잡혀간다.

일찍 엄마를 잃은 젠고와 말을 버리고 스스로를 침묵에 유폐 시킨 셀리오는 나이를 초월해 상처 받은 영혼을 교감한다. 세대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우정은 한편으로 쿠르드 족의 아픈 역사를 대변한다. 할아버지 셀리오부터 소년인 젠고까지 이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은유한다. ‘메쉬’라는 제목은 ‘걷기’를 뜻하는데 제자리를 맴도는 셀리오의 행위가 비록 무의미해 보인다 해도 그에게는 멈출 수 없는 소명이듯 쿠르드 족은 운명을 개척하는 발걸음을 내딛을 수밖에 없다. 때론 답보거나 때론 후퇴일지라도 걷는다는 행위 자체는 늘 진보이기 때문이다. 젠고의 이후 행적은 한 줄 자막으로 언급되고 영화는 끝난다. 무거운 주제를 헛된 비극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정치 구호를 넘어서는 미학을 성취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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