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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와 발가락 통해 남녀 감정 담겠다
강병진 사진 권효빈 2011-10-09

APM 선정작 <진홍색 양귀비>의 피터 부시안 감독

APM 선정작인 <진홍색 양귀비>는 백인 남성과 아프간 여성의 사랑이야기다. 흔한 러브스토리로 보기에는 “아프간 여성과 사랑한 외국인의 대부분이 살인을 당한다”는 아프간의 극보수적 문화가 마음에 걸린다. 연출을 맡을 피터 부시안 감독은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과 시스템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에너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진홍색 양귀비>는 어떤 계기로 구상했나. =사진가로 일하면서 UN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서부지역에 있었다. 당시 여자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들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고 다니지 않나. 유일하게 밖에 내보일 수 있는 게 발이라, 발에 가장 많은 치장을 하는 거다. 대부분의 길바닥이 진흙탕인데, 그런 대비가 와닿았고 그때 이 영화를 구상했다.

-혹시 그때 실제로 아프간 여성과 사랑을 했던 건 아니었나. =그런 건 아니었다.(웃음) 하지만 그랬던 외국인 남자를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길거리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 둘 중 한 명은 죽게 된다더라. 내가 그랬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

-제목인 <진홍색 양귀비>는 여성의 발에 칠해진 매니큐어의 색깔이다. 조금은 에로틱한 느낌이다. 이들의 만남을 어떻게 묘사할 예정인가. =두 남녀는 각자의 삶에서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의 상태다. 남자는 아프간에서 너무 오래 일했고, 이혼까지 한 상황인데, 이제 뭔가 새로운 걸 찾고 싶어한다. 여자는 남편을 잃은 뒤, 시동생과 결혼하게 될 처지다. 아프간의 전통상 사랑도 개인이 결정하기 힘든 거다. 하지만 그녀는 의사인만큼 지식인이고 그래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려는 기질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 당연히 신체적인 교감이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아프간의 문화를 존중하고 싶다. 요즘 영화들처럼 너무 자극적인 게 싫은 것도 있다. 남자가 여자의 눈동자를 보고 또 그녀의 발가락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해보려 한다.

-여배우의 캐스팅이 중요하겠다. =셀리나 제이틀리란 인도의 여배우를 캐스팅할 예정이다. 그녀의 엄마가 아프간 사람이다. 2001년 미스 인도 출신인데, 정말 매혹적인 눈을 가졌다.

-영화의 프로듀서가 세디그 바르막 감독이다. 어떤 인연인가. =2005년에 만나 함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었다. 그의 <아편전쟁>에 잠깐 출연한 적도 있다. <진홍색 양귀비>는 미국인인 내 시선에서 만드는 영화지만, 세디그 바르막을 통해 아프간의 시선 또한 담게 될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