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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남자

<삼총사 3D> 출연한 로건 레먼

할리우드의 ‘청춘 스타’ 하면 당장 떠오르는 이름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테일러 로트너, 샤이어 라보프…. 이들에 비해 로건 레먼은 아직 낯선 이름이다. <나비효과>에서 애쉬튼 커처의 아역으로 출연했다거나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의 퍼시 잭슨이라고 설명하면 그제야 무릎을 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살의 로건 레먼은 블록버스터의 간판스타로 등장해 수년간 같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는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어보자.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그리스 신화를 비틀어 만든, 범상치 않은 어린이 슈퍼히어로 물이었다. 로건 레먼은 이 영화에서 아이팟에 정신이 팔린 ‘메두사’ 우마 서먼의 머리를 단칼에 베었다. 르네 젤위거의 아들로 출연한 <마이 원 앤 온리>에선 철없는 엄마 대신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는 맏아들로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촬영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조건 영화를 본다”는 로건 레먼에게 당장의 유명세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에 바치기로 마음먹은 이 청년에겐 크고 작은 작품을 거치며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남을 수 있는 근성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한 듯하다. 그러니 그가 존경한다는 “웨스 앤더슨, 스탠리 큐브릭, 데이비드 핀처, 박찬욱”과 작업하는 날이 오기까지, 실력을 갈고닦아야 하지 않겠는가.

로건 레먼의 최근작은 <삼총사 3D>다. 그는 프랑스 국왕의 총사를 꿈꾸며 상경해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시골뜨기 검객, 달타냥을 연기한다. 프랑스 최고의 검객인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에게 겁도 없이 결투를 신청하고, 왕비의 시녀 콘스탄스에게 휘둘리는 달타냥은 <삼총사 3D>의 가장 순진무구한 캐릭터다. 로건 레먼은 그런 달타냥을 연기하기 위해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대신 1948년작 영화 <삼총사>를 바이블로 삼았다. “1948년 영화에서 진 켈리가 달타냥을 굉장히 즐겁고 밝은 캐릭터로 소화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처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공중에서 밧줄 잡고 날아다니며 싸우는 장면을 감독님께 제안했다.” 그의 말대로 달타냥이 허공을 가르지르며 추기경의 근위병을 하나씩 베어나가는 대목은 시원하고 유쾌하다. 진 켈리가 살아있었다면 흐뭇하게 지켜봤을 장면이다.

레먼에게 캐릭터 해석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건 액션이었다. <삼총사 3D>는 17세기 검객들의 이야기다. 검에 살고 죽는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선 단순히 칼을 들고 싸우는 것 이상의 연기가 필요하다. <레지던트 이블>의 폴 앤더슨 감독은 액션 블록버스터를 연출했던 감독답게 거의 모든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촬영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액션에 대해 감독님은 절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검술 장면을 찍을 때마다 굉장히 정교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게다가 폴 앤더슨 감독은 달타냥에게 까마득한 지붕 위에서 추기경의 근위대장과 혈투를 벌이는 장면을 할애했다. 지붕의 폭은 겨우 20cm. 배우라면 누구나 가슴 졸일 법한 장면이다. 그때 로건 레먼에게 필요한 건 연습, 또 연습이었다. “몇 달 동안 그 장면을 연습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너무 어려워서 과연 내가 촬영에 들어가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악기를 배우듯 오랜 시간 노력하니 어느 순간 갑자기 (액션 연기가) 되더라. 끝나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로건 레먼이 걱정한 이 장면은, <삼총사 3D>의 가장 주목할 만한 액션 장면으로 탄생했다. 결국 검은 자신을 아낀 주인을 배신하지 않았던 셈이다.

<삼총사 3D>는 로건 레먼이 매니저로서 늘 함께 해온 부모님과 떨어져 찍은 첫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유럽은 촬영장에 홀로 남은 미국 서부 청년에게 “색다른 경험과 시각”을 제공해줬다. 이 모든 변화를 로건 레먼은 “대단한 여정”이라 설명한다. 성인 연기자를 향해 이토록 차분히 전진하는 레먼의 다음 영화는 엠마 왓슨과 함께 하는 <월플라워>와 두번째 ‘퍼시 잭슨’ 시리즈다. 그의 ‘대단한 여정’은 이렇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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