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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이중적인 본질 <댐 라이프> Damn Life
송경원 2011-10-08

<댐 라이프> Damn Life 기타가와 히토시 | 일본 | 2011년 | 84분 | 뉴 커런츠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쉽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들은 당하는 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휘두른 폭력이 되돌아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댐 라이프>는 집단 괴롭힘으로 망가지는 한 인물을 통해 폭력이 부메랑이 되어 집단을 파괴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어린 시절,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아 동생이 강물에 빠져 죽는 사건을 경험한 코타니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절대 거스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만다. 어느 댐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된 코다니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싫단 표현을 하지 못한 채 점점 망가져 간다. 결국 그들의 폭력은 코타니를 위협적인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시킨 일은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코타니는 점점 상식 밖의 무시무시한 명령을 수행해나간다.

<댐 라이프>는 이중적이다. 직역하면 ‘빌어먹을 인생’ 정도가 되겠지만, 한국어로 읽었을 때는 재밌게도 ‘댐 건설현장에서의 삶’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의도한 바가 아님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제목의 이중성은 <댐 라이프>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코타니라는 인물의 사적이고 미시적인 심리드라마인 동시에 폐쇄 집단 속 폭력의 순환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는 사회드라마이기도 하다. 연출 역시 두 상반된 양식이 섞여있다. 건조하고 사실적인 방관자의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거기에 저예산 독립영화 특유의 조악함을 묘하게 겹쳐 놓는다. 만듦새는 그야말로 허접하지만 그 점이 도리어 매력적이다. 저예산 독립영화 특유의 조잡한 표현들은 영화의 엄숙함과 위선을 가차 없이 해체시키고 하나의 진실을 전달한다.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이중적인 본질. 우리는 폭력을 통해 자신의 지위와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 하지만, 결국 폭력은 우리 모두의 인생을 ‘빌어먹을’ 시궁창 속으로 끌고 들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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