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쓸쓸함, 위로가 되는 차가움, 괴기스러운 사랑스러움, 따뜻한 허전함, 아프지만 아름다운...뭔가 모순이 있는 말들 같지만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내가 좋아하고 내가 추구하는 감정들이예요. 영화를 봐도 음악을 들어도 사람을 만나도 이런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들에 매력을 느끼고 반하게 되는 거 같아요. 부산은 내게 그런 곳이랍니다.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만 되면 좌천동의 할머니 댁과 금정동의 친척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마다 들렀던 곳이 남포동 남포 수제비 집과 광안리 다리집. 지금도 부산에 갈 때 마다 찾아가는 곳 인데 그곳에 가면 앞서 말한 제가 좋아하는 양가적 맛을 더 느끼게 해주는 곳입니다.
이곳에 와야 부산의 맛을 더욱 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남포 수제비와 광안리 다리집의 메뉴는 특별한 것이 없는 그냥 일반 분식점의 메뉴입니다. 하지만 그 맛과 그곳의 모습들은 이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 여기서만 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저를 더 애타게 만드는 곳 인거 같아요.
광안리 다리집은 포장마차 시절 학생들의 다리만 보인다고 해서 다리집인데 요즘은 너무 유명해지고 포장마차가 아닌 가게를 차려 예전의 운치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맛있는 곳입니다. 이렇게 맛있게 먹고 나면 그곳에 언제나 있어주길 바라는 간절함과 떠나야하는 타지 사람의 안타까움이 생기곤 해요. 맵지만 시원한, 뻔한데 신선한, 달콤하지만 짭짤한, 단백한데 묘한. 그런 맛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에게는 부산이 그래요. 부산은 나를 반겨주고 안아주는 도시인 동시에 쓸쓸하고 허전함을 느끼게 해 주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