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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속 편견과 싸우는 처녀 장의사 <8월에 내리는 이슬비> August Drizzle

<8월에 내리는 이슬비> August Drizzle 아루나 자야와르다나 | 스리랑카 | 2011년 | 108분 | 뉴 커런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리랑카 영화에 처녀 장의사라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딸과 엄마의 대화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딸이 결혼도 하지 않고 장의사 일을 하는 것이 늘 못마땅한 엄마는 항상 결혼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딸은 그런 엄마를 피곤해 한다. 자신에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딸은 엄마 앞에서는 초연한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신부 구인 광고란을 유심히 살피며 신랑 후보들에게 정성껏 편지를 보내고 있다. 두루 조건이 맞는 남자를 찾았다 싶어도 항상 문제가 되는 건 그녀의 직업이다. 직업에 편견이 없다면서 결혼을 위해서는 직업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편지의 마지막 대목에서 그녀는 편지를 찢는다. 영화는 화장터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반목과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서두에 보이는 이와 같은 에피소드는 전통적 색채가 강한 사회에서 그녀가 처한 딜레마를 확실히 알려준다. 그녀가 싸워야 하는 것 중에는 편견과 외로움이라는 힘든 상대들이 있다.

화장터 건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인 건축가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간질을 앓고 있어 세상에 대한 자세가 소극적이다. 처음에는 화장터 계획에 관심이 없던 그는 마을 유지의 협박을 받고 오히려 태도를 바꾸게 된다. 마을의 기득권층이 반대하는 일을 무모할 만큼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여주인공과 병을 앓는 소심한 건축가라는 완전 다른 유형의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마을의 필요를 공감한다. 불교국가답게 사원이나 승려, 불교의식 등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종교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한편, 코끼리를 이용한 협박이나 공격처럼 매우 생소한 스리랑카의 정치, 사회적인 문제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강인하고 용기 있는 태도 이면에 숨겨진 주인공의 고집과 외로움이 치우침 없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개성이 강한 인물이 창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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