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돌아온 남자> Here...or There? 시우 팜 | 베트남, 스위스| 2011년 | 91분 | 뉴 커런츠
베트남의 평화로운 어촌마을, 은퇴한 유럽 남성이 베트남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그를 찾으러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한참 만에 물속에서 돌아온 남편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와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부인은 그들을 반갑게 맞는다. 뒤이어 지금까지 영화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이들 모두는 부부가 모시던 혼령과 함께 연회를 즐긴다. 잠시 후, 돌연 시끌벅적한 연회가 중단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부의 새로운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영화에는 현실과 꿈, 그리고 극중극의 상황이 혼재하고 있다.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또 상상인지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다. 만약 이 모든 해프닝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는 자신을 목격하던 남편의 백일몽이라면, 그는 바다라는 거대한 자궁으로 나가 아담으로 다시 태어나고, 여배우와 함께 영화를 찍으며 영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잃어버렸던 욕구를 회생시킨 뒤, 혼령들을 불러내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는 위무제를 여는 상상을 이어간 셈이 된다.
혼령이 등장하고 익사가 암시되지만 영화의 톤은 전혀 어둡지 않다. 특히 이 괴짜 남편은 엉뚱한 상상으로 바이올린 활을 들어 목의 힘줄을 연주하는 한편, 바다에 빠져서는 싱크로나이즈를 하고 손가락을 들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감독은 중년의 기발한 상상에서 비롯된 한편의 유쾌한 영화를 만들어, 삶과 죽음, 중년의 허무와 회생에 대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려고 한 듯하다. 철학, 음악, 사진 등을 고루 공부한 감독의 이력답게, 불균질한 음악과 생경한 이미지들, 그리고 현대미술작품이 철학적인 주제를 변주하며 계속 등장한다. 그러나 신과 신,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이음새가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