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많은 맛집들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잠시 고민하다 조심스레 말하는 게 ‘소고기 국밥’이다. 이유가 뭐냐 묻는다면 고것에 대해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싸니까!” 하지만, 단순히 저렴함 만이 아닌,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소고기 국밥의 장점들이 있다. 이에 관해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본인의 학생시절, 은사님은 영화제에 가면 영화 못지않게 같은 일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단! 매일 학교 근처 맥주집에서 똑같은 얘기하는 빤한 인간들 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한다는 게 중요 포인트!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필름 페스티발 속으로 뛰어들지만!... 번번이 느끼는 것은 왜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유독 엊그제 동네서 본 그 인간들만 눈에 띠는 걸까.... --; 불과 엊그제 동네서 생겼던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다음날 해장을 위해 식당을 찾다가 우연히 들어가 먹게 된 것이 다름 아닌 소고기 국밥이었다.
우선 식당으로 들어가면 훅하고 풍기는 실내 온도와 냄새는 왠지 시골 외갓집에 온 듯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이어 주문과 함께 번개같이 나오는 이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땀이 삐질 나면서 전날에 쌓인 알콜 성분과 피로감이 세포 곳곳에서 쓸려나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백질을 섭취했다는 행복감과 함께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밀려오는 포만감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전해준다. 이어 배를 쓸며 계산대로 다가가면 기다리는 것은 최고의 하이라이트!
믿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이 찍힌 영수증을 깔끔하게 계산하고 식당을 나오는 순간, 영화제를 통틀어 진정한 위너가 된 것 같은 성취감과 만족감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글을 읽으시는 분도 원하던 영화표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방황하다 아는 지인을 만나 한 잔 하시게 된다면, 다음날 아침에 이 ‘소고기 국밥’을 권해드린다. 다음날 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계산하고 나오는 순간은 마치 영화제 그랑프리 위너가 된 듯한 행복감을 누리시기에 충분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