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의 전당’ 시대를 연다. 영화제의 공식 명칭은 ‘PIFF’에서 ‘BIFF’로 바뀌었고, 마켓 관련 행사들이 벡스코에 총집결했다. 그 어느 때보다 굵직굵직한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이용관 신임집행위원장의 두 발도 넓고 빠르게 뛰는 중이다.
-요즘 인터뷰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쁘다고 들었다.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바쁘다. 공동집행위원장이었던 지난해 보다 몇 배는 더 바쁜 것 같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부산을 왔다갔다 했다면 지난 1월부터는 부산에서 서울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아예 업무 패턴이 바뀌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숙원사업이었던 영화의 전당이 완공됐다. =조명이 켜진 영화의 전당을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더라. 15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아무도 몰랐던 거다. 김동호 전 위원장님을 모시고 영화의 전당을 둘러보면서 좌석, 동선 등 하나하나 브리핑을 했는데, ‘아주 좋다’고 흡족해하셨다.
-영화의 전당 덕분에 상영관이 남포동과 해운대로 나뉘었던 예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모든 상영관이 해운대와 센텀시티에 집중됐다. =상영관간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함으로써 관객은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좌석 수가 지난해에 비해 1/3 정도 줄어서 고민이다. 야외상영장의 좌석도 늘려야 하는데, 길이가 아닌 너비로 늘리는 거라 한계가 있다.
-영화제의 공식 명칭이 ‘PIFF’에서 ‘BIFF’로 바뀐 것도 큰 변화다. =지방 정부의 명칭이 ‘Pusan’에서 ‘Busan’으로 바뀐 게 한 3년쯤 됐다. 영화제 역시 그 표기법에 따라야 했는데, 이미 ‘피프’가 브랜드가 됐으니 갑작스럽게 바꾸기도 그래서 부산시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었다. 막상 바꾸려고 하니까 단순히 ‘P’에서 ‘B’로 바뀌는 게 아니더라. 로고부터 디자인을 새로 해야할 게 정말 많았다. 올해 칸과 베를린에서 영문지에 영화의 전당 광고를 내면서 해외 영화인들에게도 변경 사실을 알렸더니, ‘이름도 비프인데, 비프나 먹자’라며 농담을 던지더라. (웃음) 그래도 영화의 전당 개관이라는 좋은 타이밍이 있어서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여러 호텔 행사장에서 열렸던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전신은 프로젝트마켓 PPP), 아시아영화펀드(ACF),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부산영상위원회가 진행하는 아시안영상정책포럼 등 마켓 관련 행사들이 모두 벡스코에 집결됐다. =이렇게 만드는 게 가장 마켓다운 거다. 지금까지는 자기네들끼리 호텔의 좁은 방에서 놀다보니 산업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부산이 마켓을 하는 이유는 한국영화산업과 아시아 영화산업을 연결하기 위해서인데, 한국영화가 침체기로 들어서면서 마켓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영상위원회 등 국내 주요 영화 기관들이 영화의 전당 주위로 모이는 데, 마켓 관련 행사들을 전부 벡스코에 집결시킨 것 또한 산업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모든 게 바뀌다보니 집행위원장 입장에서 영화제를 새로 준비하는 기분이었겠다. =해보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김동호 전 위원장님이 그만두시는 건 10회 영화제 때부터 나온 이야기였다. 내가 집행위원장을 하든 하지 않든 이제부터는 김동호 전 위원장님이 하셨던 것처럼 집행위원장이 일일이 리드하는 영화제는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시스템화시키는 계획이 필요했다. 사실 그동안 이합집산이었지않나. 열정이나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덤볐으나 산만했고. 그러다보니 프로그래머는 네트워크하랴, 술 먹으랴, 행정하랴, 다 해야 했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집행위원장의 몫, 프로그래머의 몫, 사무국의 몫, 실장들의 몫, 팀장들의 몫을 잘 분배해 연습했다. 사무국은 행정과 회계를, 프로그래머로 구성된 집행부는 프로그램 네트워크를 각각 맡기로 한 거지. 이런 연습이 올해로 3년째인데 이미 사무국장, 실장, 팀장들은 적응이 다 된 것 같다. 집행위원장인 내가 컨셉만 잡아주면 디테일한 건 각자가 알아서 고민하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다.
-집행위원장으로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영화의 전당을 통해 영화제는 하나다라는 것을 보여줘야죠. 지난 몇년 동안의 목표가 그것였다고 보면 된다.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다
-영화제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뭔가. =일주일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잠을 푹 자고 싶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