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과 사랑 사이에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스웨덴과 폴란드 합작영화 <모정과 사랑 사이>는 오래된 딜레마에 대한 격정의 멜로드라마다. 젊은 엄마는 아동밀매로 팔려나갈 운명의 딸을 데리고 벨라루스를 탈출해 스웨덴의 난민 캠프에 자리를 잡는다. 스웨덴 정부가 그들을 받아줄 거란 기약은 전혀 없다. 그러던 중 엄마는 난민 캠프의 한 남자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아무런 사랑도 없는 늙은 스웨덴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해야만 한다.
감독 아그니에슈카 우카시악은 지난 10여년 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해온 폴란드 태생 스웨덴 감독이다. 그녀가 첫 극영화 데뷔작으로 난민캠프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이것이야말로 지금 세계의 가장 첨예한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유럽은 극우화되고 있다. 스웨덴도 거의 나치에 가까운 우파정부가 들어선 상태다. 한국도 그렇다고? 맞다.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 이민자와 소수자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토픽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가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정과 사랑 사이>이 난민의 고통만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동물적인 사랑에 탐닉하는 한 여자의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특히 감독은 서너번의 격정적인 섹스 장면을 고통스러울 만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난민 캠프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섹스를 한다는 사실을 아나? 매일매일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섹스가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아그니에슈카 감독은 “<모정과 사랑 사이>은 이 영화에 참가한 모든 사람에게 일종의 정신적 치료 행위와도 같았다”고 고백한다. 극단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탐험해낸 아그니에슈카의 다음 영화는? 놀랍게도 그녀는 <모정과 사랑사이>를 본 할리우드의 부름을 받고 LA에서 신작을 준비중이다. 변절이 아니다. “아주 나다운 영화가 될 거다. 게다가 프로듀서들도 자기들 말 듣지 말고 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조언하더라. 더욱 타협 없는 예술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