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쓰마부키 사토시가 부산에 떴다! 이상일 감독의 <악인> 주연배우로, 영화제 쪽이 제공하는 VIP 대접을 모두 마다한, 예정에 없던 쓰마부키 쪽의 결정이었다. 기존의 해맑은 이미지를 벗고 <악인>에서 살인자 역할을 맡은 터라 변신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문제는 주어진 인터뷰 시간이었다. 기자들과의 만남에 그가 내 준 시간은 달랑 30분이었다. 그것도 이상일 감독과 여배우 후카쓰 에리까지 동석한 상태였다. 주어진 시간 안에 사진촬영도, 통역을 거친 인터뷰도 모두 치러야 했다. 회견 내내 시종 해맑은 표정의 쓰마부키와 달리, 질문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해 발 동동 구르는 기자들을 한번 상상해보라. 간단한 인사말만 들었던 인터뷰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쓰마부키 일행의 퇴장과 함께, 아니나 다를까 기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화장실이 급해서…’였던 건 아닐 테고. 그런데 기사는 기사고 쓰마부키는 쓰마부키였다. 회견장 한편에서 “그런데 쓰마부키 사토시, 미소 하나는 여전히 백만불짜리군요“이라는 감탄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