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주앙> Juan 카스퍼 홀텐 /덴마크/2010년/102분/ 플래시 포워드
모차르트가 현대에 뮤지컬을 만들었다면 아마 이랬을까. 덴마크에서 날아온 이 흥겨운 소동극은 그야말로 눈과 귀가 즐겁다. 매력적인 아티스트인 주앙은 밤마다 코펜하겐 거리를 활보하는 못 말리는 바람둥이다. 친구 레포렐로의 도움을 받아 마음에 드는 여성은 반드시 정복하고 마는 주앙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여성을 악의적으로 이용한다. 여느 날처럼 여성을 유혹한 그는 일찍 귀가한 그녀의 아버지와 다투다 실수로 그를 죽이고 만다. <바람둥이 주앙>은 살인 혐의를 받고 도망치면서도 끊임없이 여성을 유혹하고, 이용하고, 차버리는 주앙의 24시간을 따라간다. 섹시하면서도 기품 있는 그의 유혹에 넘어간 여자들은 모든 것을 바치며 주앙에게 빠져들고 도와주지만, “나의 열정! 내 일은 오늘도, 영원히 끝나지 않아.”라고 외치는 주앙의 독백처럼 그에게 모든 것은 게임일 뿐이다.
모차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돈 조반니>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바람둥이 주앙>은 각색 작품이 종종 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기본적인 설정과 줄거리를 고스란히 유지하여 원작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갑갑한 오페라의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신나고 통속적인 감각을 덧씌울 줄 아는 놀라운 균형감을 선보이는 것이다. 사운드와 이미지의 조화로운 사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끌벅적한 소동극을 산만하지 않게 정리해 나가는 연출력 또한 돋보인다. 현대적으로 각색된 대사는 귀에 익숙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선율에 맞춰 관객을 현재의 코펜하겐 거리로 초대한다. 쉬지 않고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는 주앙의 엽색 행각이 보여주는 가벼운 소동에서부터, 운명을 예감한 그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가 주는 비장함까지 완급을 조절하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내러티브의 풍성함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