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클리프> Strawberry Cliff 크리스 초우/ 홍콩, 중국, 미국,프랑스/2010년/105분/뉴 커런츠
자신이 죽을 시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견디기 힘들까. <스트로베리 클리프>는 타인의 죽음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고 살 수 있는 것은 애써 그것을 삶과 분리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그녀 혹은 그녀 주위 사람들의 삶을 침범해올 때 영화는 ‘죽음은 언제나 삶과 함께 한다’는 잊고 있던 진실을 들려준다.
다른 사람이 죽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케이트는 어느 날 제이슨이란 남자에게 그가 죽을 시간을 가르쳐준다. 제이슨은 믿지 않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죽고 난 후 그녀에게 연락을 해주기로 약속한다. 이 농담 같은 약속은 제이슨이 케이트가 얘기한 시간에 정확히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지켜진다. 케이트에게 죽은 제이슨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그로부터 의문의 소포가 전달된 것이다. 제이슨의 부름을 받은 케이트는 진실을 찾기 위해 홍콩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텐더 대런을 통해 제이슨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케이트는 자신의 저주받은 능력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애쓴다.
<스트로베리 클리프>는 예언과 정신적 공유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우회적으로 삶과 죽음의 이면을 성찰한다. 중국, 미국, 홍콩을 거친 감독의 자의식이 반영된 듯한 설정은 영화 곳곳에 상징으로 배치되어 내러티브에 복합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애쓴다. 영화 전반 흐르는 긴장감은 적지 않지만, 지나치게 의미화 시킨 사건들로 희석되는 감이 없지 않다. 죽음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삶이 준 선물이라는 다소 안일한 결말은 조금 맥 빠지지만, ‘하나가 아니지만 하나인 것들’에 관한 소재적 접근을 홍콩이란 도시 이미지와 결부시켜 자아내는 기묘한 분위기는 그것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