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강의 <사막>은 (혈연적으로 굳이 따지자면) 올해 월드 시네마 부문의 가장 독특한 영화다. 무슨 소리냐면, <사막>은 한국계 뉴질랜드 감독이 한국계 배우들을 데리고 (대부분) 한국어로 찍은 영화다. <사막>의 주인공인 20대 한국인 여성 제니는 뉴질랜드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으며, 곧 결혼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친구가 사라진다. 학생 비자 기간의 만료가 다가오는 제니는 남자친구를 찾아 헤매고, 그런 와중에 한국 신문사의 수금원과 묘한 동맹을 맺게 된다.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오랜 기억 속에서 저마다의 제니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른다.
중학교 2학년 시절인 1993년 뉴질랜드로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간 스티븐 강 감독은 오클랜드대학교의 엘람미술학교에서 비디오 아트를 공부했고, <사막>은 첫번째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은 자신이 오랫동안 보아온 뉴질랜드 이민자 사회의 음영을 여러 에피소드로 담아낸다. “좋은 이야기가 별로 없긴 하지만 이민자 사회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웃음) 뉴질랜드는 이민 역사가 짧고 이민자 숫자가 적어서 어쩔 수 없이 모여살게 된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선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막>이라는 영화가 주인공이 그 작은 커뮤니티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니까.”
<사막>은 저예산영화나 단편에 자금을 지원하는 뉴질랜드 영화펀드의 도움으로 완성된 영화다. 물론 5천만원이라는 지원금은 장편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지만, 스티븐 강 감독은 작은 자본에 적합한 이야기와 기술 운용(<사막>은 DSLR카메라 캐논 5D로 촬영된 영화다)을 통해 첫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스티븐 강 감독은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단다. “당연히 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한국에서 제작지원을 받고 뉴질랜드와 공동으로 제작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