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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인들의 고통스런 현재 <거짓말의 바다 속 초상들>
이화정 2010-10-08

<거짓말의 바다 속 초상들> Portraits in a Sea of Lies 카를로스 가비리아/ 콜롬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2009년/90분/월드 시네마

소녀 마리나는 알코올중독인 할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산사태로 할아버지가 죽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석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버는 사촌 하이로는 오갈데없는 마리나에게 함께 떠날 것을 종용한다. 바로 마리나의 기억을 토대로 수년 전 떠나온 고향에서 할아버지가 남긴 집문서를 찾기 위해서다. 실어증과 기면증을 앓는 마리나는 여행 중 잊고 있었던 과거의 끔찍한 기억과 직면한다.

표면적으로는 마리나와 하이로가 고향집을 찾기 위해 떠나는 로드무비지만, 영화는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내전으로 상처받은 콜롬비아인들의 고통스런 현재다. 카를로스 가리비아 감독은 이 수난사를 얼버무려 말하려 하지 않는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기술 속에는 난민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성에 눈뜨기 시작한 소녀의 혼란스런 사춘기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사회의 고통을 디테일한 개인의 역사로까지 파고들며 영화는 생생한 힘을 얻는다. 끔찍한 영화 속 현실에도 불구하고 로드무비 속 콜롬비아의 풍광은 이 모든 상처를 치유할 만큼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모순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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