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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상처를 치유하고 성숙해지는 이야기 <루>
2010-10-08

<> Lou 벨린다 차이코/ 오스트레일리아/ 2010년/ 80분/ 플래시 포워드

다소 특별한 방식으로 성장의 통과의례를 치른다는 점에서 제인 캠피온의 데뷔작 <스위티>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세상의 모든 소녀와 소년은 자라고 그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은 다른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간다. <>의 주인공 루는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와의 사랑을 통해 성장한다. 어른들의 세계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루는 자기 또래의 소년은 아이로 여기고, 가든파티에 가서는 몰래 음료에 술을 조금 섞기도 하는 당돌한 소녀다. 루는 싱글맘인 엄마의 히스테리가 남자친구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곧 거리로 나앉아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집안 사정이 안 좋다는 것도 안다. 돈 때문에 고민하던 엄마는 궁여지책으로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오고, 자기 방을 내주게 된 루는 할아버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루를 죽은 자신의 아내로 착각하는 등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상태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태도에 당혹스러워하던 루도 점차 ‘결혼게임’에 빠져들고 할아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할아버지는 들판의 노란 꽃을 따서 루에게 선물하고 할머니에게 주었던 다이아반지도 끼워준다. 하지만 루의 여동생과 엄마는 둘의 행동이 지나치다 여기게 되고, 마침내 엄마는 더 이상 할아버지와 사는 것이 어렵다고 결정한다.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루는 결단을 내리기로 한다. 어찌 보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제재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맑은 하늘과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할아버지와 소녀의 교감이 상쾌한 필치로 그려졌다. 이 영화는 힘든 환경에서 성장해야 하는 소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성숙해지는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연가>가 화면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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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경/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