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에 어울리는 화창하고 따뜻한 가을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수영만으로 향하는 수많은 영화팬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워보였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10월7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열렸다. 행사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야외상영장 입구는 개막식을 찾은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일본 나고야에서 온 츠야마 노부다카(45)씨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라는 얘기를 듣고 회사 동료와 함께 왔다”면서 “주말까지 많은 영화와 부산 바다를 즐기고 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총 5천여석의 야외상영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반응은 개막식의 꽃인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빛냈다. 가장 뜨거운 환호성을 얻었던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를 비롯해 <만추>로 한국영화와 인연을 맺은 탕웨이, 안성기, 전도연, 윤정희, 원빈, 김윤진, 임권택 감독, 배창호 감독 등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올해로 퇴임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레드카펫에 서자 관객과 영화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열렬하게 그를 맞았다.
약 1시간 동안의 레드카펫 행사 후, 허남식 부산시장이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영화제 개막을 선언했다. 배우 정준호와 한지혜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동호 위원장을 위한 고별가 <당신의 이 순간이 오직 사랑이기를>의 피아노 공연이었다. 작곡가 겸 가수 노영심이 영화제 개막식과 김동호 위원장을 위해 작사 및 작곡한 곡으로, 무대 위에서 가수 윤건과 함께 불렀다. 동시에 김남길, 문소리, 엄정화, 예지원, 황정민 등 다섯 배우가 ‘김동호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부른 뮤직비디오가 스크린에 상영됐다.
이어 김동호 위원장은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 와다 에미 의상감독을 소개했다. 와다 에미 심사위원장은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영화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행사의 마지막은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팀이 장식했다. 두 주연배우 저우동위, 두오샤오와 함께 무대에 오른 장이모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대단히 영광스럽다”면서 “소박한 영화인만큼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개막작 선정의 소감을 밝혔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까지 해운대 일대와 남포동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