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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남자, 영화에서라도 보고 싶다

특별전과 마스터클래스 진행한 <복수> 감독 조니 토

조니 토의 액션은 불만족스럽기 어렵다. 긴장의 리듬은 예측불허, 액션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나 명불허전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그의 영화를 끊임없이 소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조니 토는 부산을 찾지 않아 많은 팬들을 서운하게 만들었다. 올해 부산의 팬들은 과거의 서운함을 충분히 털고 있는 중이다. 신작 <복수>를 포함한 조니 토의 작품 10편을 모은 특별전과 마스터클래스, 관객과의 대화가 끊임없이 열렸고 인터뷰에도 응했다. 라운드 테이블로 진행된 20여분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복수>는 당신의 기존 영화에 기억을 잃어가는 백인 남성이란 캐릭터가 추가된 듯 보인다. =주인공이 백인 남성이고 그가 기억상실을 겪는다는 설정은 <복수>를 구상한 첫번째 단계였다. 직접적인 계기는 알랭 들롱과의 만남이었다. 2006년이었는데, 어릴 적 우상이었던 배우를 파리에서 만났다. 사실 처음에는 조니 할리데이가 아닌 알랭 들롱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그는 196~70년대 최고의 킬러 아닌가. 만약 그때의 킬러가 지금도 살아있어서 70대의 노인이 됐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알랭 들롱의 스케줄상 캐스팅이 어려웠다.

-주인공의 이름이 코스텔로다. 알랭 들롱은 장 피에르 멜빌의 <사무라이>에서 ’제프 코스텔로’를 연기했다. 추억이 진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런 영향이 있다. <복수>의 처음 시작이 과거 영화를 통해 사랑했던 킬러에 대한 향수였으니까.

-이방인이 중심이 되지만, <복수>에서도 남성들의 연대는 매우 중요한 테마다. 왜 그리 집착하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는 남성들의 의리를 포함한 관계라는 게 퇴색되어 있다. 내 어린 시절에는 동네로 나와 옆집 아이들과 놀았지만, 지금은 모두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와 관계를 맺지 않나. 그렇다 보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멀어지는 거다. 관계는 앞으로 더 멀어질 것 같다. 영화 속에서라도 보고 싶다.

-전작 가운데 <유도용호방>과 <참새>는 사라져가는 홍콩의 모습을 담으려한 작품이었다. <복수>에도 그런 경향은 짙게 나타난다. 혹시 다른 감독들처럼 홍콩 밖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나. =일단 내가 홍콩에서 로케이션을 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변화시키는 데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홍콩의 현재에 대해 실망을 느끼고 있다. 민주주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이상의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홍콩영화만 보자. 한국은 규모면에서나 정부의 지원면에서나 홍콩을 크게 넘어섰다. 그쪽으로만 비교하면 한국은 어른이고 홍콩은 이제 커가고 있는 아이일 거다.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당신의 스타일과는 매우 다른 감독이라 의외였다. =영화의 품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웃음) 나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간의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창동 감독을 존경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과 성격을 탐구해 비극과 희극을 묘사한다. 나 역시 궁극적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같은 품격을 지향하고 있다. 지금처럼 계속 영화를 찍다보면 나도 비슷한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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