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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쓴 입센의 비극
이주현 2009-10-12

<프로스트>의 감독 페란 아우디

페란 아우디 감독은 연극을 사랑했다. 런던에서 연극배우로 또 연극 연출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이것을 외도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자신의 첫 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비아시아권의 신예를 발굴하기 위해 경쟁부문으로 재탄생한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초대받았다. <프로스트>는 헨릭 입센의 희곡 <절름발이 천사>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충격이었다. 심리학적으로 여러가지가 뒤섞여 있음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신선하다.” 영화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외동아들 에욜프가 사고로 죽고, 그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부모 알프레도와 리타의 삶도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게 기본 줄거리다. 연극과 영화는 그 표현의 방식 때문에 똑같은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입센은 매우 시적인 작가다. “연극에선 시적인 대사가 굉장히 많다. 연극이 말로써 상황을 전달한다면 영화는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영화를 찍으며 가장 먼저 한 게 희곡 대본을 영화적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연극무대와 텔레비전,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30년 동안 배우로 활동했던 페란 아우디 감독은 그 경력에서 보듯 매우 열정적으로 삶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공부한 그는 얼마 전 바르셀로나와 런던을 오가며 영화 한편을 또 찍었다. 감독으로서가 아닌 배우로서 말이다. 게다가 ‘감독’ 페란 아우디는 전 세계를 돌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프로스트>는 노르웨이에서 찍었고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인 영화는 멕시코에서 찍고 싶다고. “내가 살아온 궤적을 봐서 알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꾸리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 부산에 왔는데, 아시아 땅은 처음 밟아본다. 시차 때문에 조금 어지럽지만 흥분을 감출 수 없다.”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 초대된 페란 ‘아우디’ 감독의 이야기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정이 아우디를 전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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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