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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의 뿌리 찾기
이주현 2009-10-10

<블루 맨션> 글렌 고에이 감독

첫 영화를 만들고 11년. <블루 맨션>의 글렌 고에이 감독은 자신의 첫 작품 <영원한 열정> 이후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싱가포르에선 “이런 유의 영화가 투자 받기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는 영화 산업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제작하곤 하는데, <블루 맨션>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블루 맨션>이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냐. 설마!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냐. 전혀!

어느 재벌의 급작스런 죽음 이후 가족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재벌 회장은 영혼으로 돌아와 갈등을 지켜본다는 게 영화의 기본 줄거리다. “유교 사상”이라는 “아시아적 가치”가 여전히 유효한 사회에서 후계자 문제로 반목하는 형제의 모습이나 가족들 사이의 다툼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인 것이다. 20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20년 가까이 그곳에서 살았던 글렌 고에이 감독으로선 더더욱 싱가포르 사회가 답답했을 것이다.

영국에선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졸업을 하곤 드라마스쿨에서 연기를 배웠다. 촉망받는 배우로 연극 무대에 섰고 텔레비전과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감독 겸 제작자로 또 연극 연출가로 진로를 선회한다. “운 좋게 남들보다 빨리 배우로서 자리를 잡았으나 동양인라는 한계를 뛰어넘기는 힘들었다. 동양인 남자 배우에겐 마약상이나 깡패 역할만 주어진다. 화가 났다. 그래서 내 손으로 연극 회사를 차렸다.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영국에서 예술가로써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한 것 같아 고향에 돌아와 뿌리를 찾는 중”이다. <블루 맨션>같은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지와 국가에 대해 비판조차 할 수 없는 가부장사회, 부당한 국가의 통제와 간섭”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그리하여 그의 바람은 “다음 영화를 만들기 위해 10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됐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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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