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집 딸> My Daughter 감독 샬롯 림|말레이시아|2009년|73분|칼라|뉴 커런츠
딸이 뿔났다. 신발 한쪽은 벗겨지고, 행색은 꼬질꼬질한 엄마를 ‘페이’는 폐허가 된 건물에서 발견한다. 보나마나 엄마는 시내에서 어떤 남자에게 몸을 팔았을 것이다. 그런 엄마에게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수군거림이 따라오는 건 당연하다. 그런 시선이 싫은 페이는 “집에 절대 안 들어갈 거”라는 엄마의 손을 부여잡고 억지로 끌고 간다. 그렇게 엄마와 딸은 서로의 역할을 바꾼다. 미장원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서 살아가는 페이의 일상을 말레이시아의 신예 샬롯 림이 비집고 들어가 ‘구경’한다.
애증의 모녀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최근의 한국영화 <애자>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애자>처럼 누군가가 불치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극적인 사건은 없다. 그저 평범한 일상만 반복될 뿐. “동네 사람들이 엄마를 험담하는 거 알고 있나”는 딸의 잔소리에도 엄마는 어김없이 시내에 나가서 몸을 팔고, 그런 엄마가 싫은 페이 역시 매일 낮잠을 즐기고, 운전을 배운다. 인상적인 건, 이 반복되는 모습들을 감독은 모녀 누구에게도 ‘시점’을 부여하지 않은 채 관찰한다는 것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또 딸은 딸대로. 마치 갈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듯 말이다. 이는 딸의 만류에도 또 시내에 나간 엄마가 갑자기 집에 돌아온, 영화의 마지막에서 빛을 발한다. 아무 말 없이 행동만으로 보여주는 정적인, 이 장면 속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역동적으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싫어도 가족은 가족이고, 또 삶은 계속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