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0월7일, 해운대에 돌풍이 불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도 들렸다. 매년 비와 바람을 걱정했을 김동호 공동집행위원장은 담담했다. “걱정은 걱정인데, 개막날 비바람이 부는 것 보다는 훨씬 낫겠죠.” 자신감처럼 보였다. 이번 부산영화제는 역대최대규모를 기록한 지난해 영화제에 이어 다시 역대 최대규모다. 두기봉, 다리오 아르젠토, 코스타 가브라스등 쟁쟁한 거장감독들도 온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지난 1년을 그 어느 때 보다도 바쁘게 보낸 결과다. 김동호 위원장은 개막 전날에도 서울과 부산을, 남포동과 해운대를 오갔다. 그에게 열 네번째 부산영화제에 대한 포부와 바람을 들었다.
- 지난 1년의 회고가 필요할 것 같다. 정치적인 공세가 심했던 한 해였다. =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계속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던 것 같다. 게다가 경제위기도 왔다. 두바이, 베를린, 칸, 로테르담 등 여러 국제영화제들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10%에서 30%정도 규모를 줄였더라. 그래서 우리는 올해 영화제만큼은 오히려 최상의 영화제로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초부터 중요한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면서 초청에 힘을 기울였다. 국내 배우들과도 직접 연락을 하면서, 식사를 하면서 부산에 오라고 권유했다. 만나고 전화하다 보니 지난 1년이 지나갔다. (웃음)
- 게스트들의 면면이 역대 영화제와 비교할 때, 손꼽을 수 있을 만큼 화려하다. = 코스타 가브라스는 4년 정도 공을 들였다. (웃음) 여러차례 식사를 같이 하면서 부산에 와달라고 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경우는 우리로서도 뜻밖이었다. 원래는 그의 딸인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를 초청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다리오 아르젠토도 딸과 함께 방문하겠다고 한거다. 우리로서는 대어를 낚은 셈이다.(웃음) 그런데 아시아 아르젠토가 아이를 보살펴 줄 사람을 찾지 못해서 결국 아버지 혼자 부산을 찾게 됐다.
- 온라인 필름마켓과 3D영화의 중심기지 구축이 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목표다. 어떤 배경에서 추진하게 된 건가. = 21세기 미래를 선도해나가는 영화제로서 역할을 확장해보자는 거였다. 온라인 필름마켓은 아마도 세계최초일 거다. 올해 시작해서 3년 정도 지나면 본격적인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3D영화는 이제 하나의 대세이기 때문에 노하우를 전수시키고 인재를 훈련하자는 거였다. 아쉬운 점은 할리우드의 3D영화를 가져와서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려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내년에는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영화제의 중심지가 센텀시티로 옮겨갔다. 두레라움 완공 이후의 부산영화제를 준비하는 것인가. = 그렇게 보면 된다. 또한 신세계 백화점이 오픈하면서 CGV 10개관이 생긴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기존에 있던 롯데시네마와 함께 여러가지로 시너지를 이룰 곳이다. 앞으로 두레라움에 이어 동서대학교 영상센터와 KNN스튜디오, 영화진흥위원회도 같은 지역에 놓이니 영화제 분위기는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 매년 부산영화제 때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연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시기상 올해는 그런 바람이 더 커 보인다. = 나는 이미 내년까지만 한다고 해놨다. 원래는 올해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부산영화제에 대한 부당한 공세들 때문에 안되겠더라. 특히 좌파영화제라는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누가 봐도 좌파가 아닌 내가 이 과도기를 버텨주는 게 좋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그런 논쟁도 내년 봄이면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 숙원사업인 두레라움의 완공까지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닐까? = 그렇게까지 오래 끌 사안이 아니다. 두레라움 완공을 앞두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시작해야한다. 부산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 제도와 3명의 부위원장들이 있으니 내부적으로는 안정돼 있다. 내가 떠나더라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다. 또 내 개인적으로 끝내야 할 일도 있고. 여기 계시는 손형(손홍주 사진팀장)에게 카메라 기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