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결함(?)에도 나는 세상에 상처받거나 코드 불일치의 여성들이 나오는 영화에 감동받는다. <델마와 루이스>에 질질 짰던 건 그렇다치고 이 영화는 왜 이리 가슴이 저리게 하느냔 말이다. 이 영화가 상영되면서 무작정 사표를 날리고 핀란드로 떠난 또 다른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가 많았을 것 같다. 하긴, 지금도 <겨울연가> 성지순례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차원이 다른 이 영화의 충동질은 오죽할까.
<카모메 식당>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서울에 주먹밥 전문집까지 생겼다(그중 하나는 아예 이름도 카모메다). 오니기리(御握り), 쥐었다라는 뜻의 이 주먹밥은 일본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손으로 빨리 쥐어 먹을 수 있어 에도 시대의 패스트푸드로 시작된 니기리 스시와 함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다. 소금만으로 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속에 여러 가지 소를 채운 뒤 쥐어서 김을 말아 먹는다. 대단한 기교를 부릴 수 없으니 재료가 충실해야 한다. 특히 쌀의 질이 맛의 8할을 결정한다. 일본에서 이 오니기리를 먹어보면 김맛이 걸끄럽다. 야들야들한 한국 김과 달리 일본 김은 두껍고 무심한 맛이기 때문이다. 주먹밥은 무심해야 더 제대로라고 한다면, 이 검은 마분지 같은 일본 김으로 만들어야 제맛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