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미술만큼 스타에게 안전한 선택도 없어 보인다. 미술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예술 장르다. 일종의 신화적 판타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 고유의 아우라, 미술은 난해한 것이라는 일반 대중의 심리,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미술품의 가격이란 세 요소가 미술의 위상을 높인다. 이미지 관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스타에게 미술이란 장르의 높은 문화적 지위는 득이면 득이지 해가 될 리 없다. 흥미롭게도 두명의 스타는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한, 순수예술에 가까운 미술작품을 내놓았다. 심은하가 동양화를 선보인 것은, 프라다가 전위적인 설치미술가 나탈리 유르베르그의 작품을 전시 주제로 잡은 것은 그저 우연일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한편 미술계의 입장에서 스타의 명성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심은하, 김혜수 등의 스타 특별전을 기획한 서울오픈아트페어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인터넷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이변’을 겪었다. 김혜수의 <레이닝 어게인>은 500만원에 판매되었으며, 심은하의 작품은 판매했다면 수천만원을 호가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스타의 위력을 톡톡히 알 수 있는 사례다. 하지만 유명인의 ‘예술로의 일탈’이 아무리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하더라도 영국의 미술평론가 존 워커의 다음과 같은 충고는 한번쯤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관람객에게 충격을 주며 이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욕심에서 예술 스타를 만드는 미술은 미학적 특성과 지적 다양성이 부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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