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베를린영화제 초반 독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 인물은 미모의 스타도, 발군의 작가도 아닌 조기 사임하는 백발의 집행위원장 모리츠 데 하델른(61). <타게스 슈피겔> <독일 통신> <디 벨트> 등 일간지는 개막에 즈음해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일제히 게재했다. 어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보다 전면에 나서 있는 인물인 그는, 베를린영화제를 주관하는 베를린영화제 유한회사가 연방관리체제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말 2003년 4월까지로 맺어진 계약을 조기 파기했다. 그의 동료인 울리히 그레고어 포럼부문 디렉터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지만, 그레고어의 사직은 100% 자의였다는 것이 차이. 데 하델른의 사임에 대해서는 독일 영화업계도 항의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사직을 결정하고 51회 영화제 성공에 전력을 다해온 데 하델른은 이례적으로 올해 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의 이름이 붙은 특별전을 갖는다. ‘모리츠 데 하델른이 아끼는 영화전’으로 명명된 이 행사에서는 <결혼피로연> <버터플라이 키스> 등 22년간 그가 선정한 영화 중 23편이 상영된다. 영국 엑세터에서 태어나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교육을 마친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으로 정치와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전임자 앨프리드 바우어로부터 “대중과 함께하는 영화제”의 모토를 계승한 그의 취향은 지난 22년간 베를린영화제의 색깔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고별사를 겸한 최근의 인터뷰에서 데 하델른은 할리우드 투자에 열을 올리는 독일 제작자들의 경향과 영화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TV와 사진기자의 압력, 리셉션이 주도권을 잡는 최근 국제영화제 풍토에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