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BoY 아우라에우스 솔리토/필리핀|2009년|80분|메가박스10/오후 8시30분
소년이 생애 처음 사랑에 빠진다. 영혼은 물론이고 육체까지 빼앗길 정도로 열렬히. 흔히 연상하는 첫사랑과의 차이라면 그 상대가 게이클럽에서 춤을 추는 소년이라는 점이랄까. 한국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관능적인 필리핀 버전이라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소년의 첫 게이클럽 나들이. 마담이 그에게 클럽의 댄서들을 소개하려 애쓴다. 몇몇 남자들이 춤을 추다 퇴장하고, 열한 살 소년 아이리스가 등장해 음악에 맞춰 몸을 쓰다듬는다. 아이리스의 춤을 구경하던 소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흥분하고, 마담이 그에게 다가와 하룻밤 가격을 흥정한다. 만화책 따위를 팔아치워 돈을 모은 소년은 아이리스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데, 그날이 한해가 마무리되기 전인 12월31일이다.
이 사랑이 제대로 맺어질 리 없다. 주인공 소년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수족관으로 가득 찬 그의 방. 아이리스가 소년에게 묻는다. “다른 어항의 두 물고기를 섞으면 어떻게 되니?” “한쪽이 죽을 거야.” 수많은 여인들과 몸을 섞은 유난스러운 아버지 아래 태어났지만 여전히 전도유망한 소년과 게이클럽 댄서인 가난한 동성 연인은 어울리는 짝이 아니다. 아니, 이 모든 게 어쩌면 바람둥이 아버지, 혹은 독재자 마르코스의 후손일 수밖에 없는 우울한 운명에 대한 치기어린 반항 아니었을까. 영화의 마지막, 소년은 스크린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소년을 좋아하는 소년, 그들의 만남에 대한 시를 읊는다. 이유야 무엇이든 그 사랑이 사춘기 소년들만 맞을 수 있는 돌풍임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