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10주년 기념전: JIFF를 추억하다>/5월31일까지/전주영화제작소 1층 기획전시실/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영화제 기간 중에는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짧은 러닝타임으로 극장에서 일찍 나와 다음 상영시간까지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건네는 한 가지 팁. 프리머스 극장 옆에 위치한 전주영화제작소 건물 1층에서 열리는 10주년 기념전을 보러 가라. ‘JIFF를 추억하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기념전은 10주년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기 위해 기획한 것. 그래서인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연도순으로 266점의 행사사진들과 277점의 스틸컷들이 순간 압도한다.
아직 개장시간인 오전 11시라 관람객이 고작 한두 명이 전부다. 아침부터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극장 주변과는 달리 이곳은 꽤 조용하고 한산하다. 불현듯 기념전이 열리는 장소가 영화의 거리 구석이라 관객이 적게 오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절대로 아니”라고 전시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강은지 이벤트․전시담당자는 말한다. 그녀는 시간별 관객 수가 체크된 용지를 보여주며 “어제는 무려 340명이나 보고 갔다”며 위치와 관람객 수가 전혀 상관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첫날 50여명에 비해 무려 6배가 증가”했다며 “주말인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연도별, 프로그램별 ‘친절한 관람 동선’
전시장을 크게 한번 둘러보니 참 친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도별로 이벤트(거리공연, 행사)사진들이 나뉘어져 있고, 프로그램별(디지털 삼인삼색, 관객평론가상 등)로 작품별 스틸컷들이 구분하기 좋게 따로 위치해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역대 ‘온고을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던 작품 등이 영상으로 나오는 식이다. 지난 9년 동안 참 많이 찍었을 텐데, 이 많은 사진들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았을까.
하지만 “사진 자료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며 차승주 기획팀장은 말한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은 고화질이 아닌 것도 많았고, 있어도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어렵게, 어렵게 선별한 사진 중에서 당시 관객들의 흔적과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사진들을 중심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매년마다 열리는 거리공연,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등 관객이 참여하는 풍경의 사진들은 꼭 있다.
그런데 사진 자료가 부족한 것은 약과였다. 영상 자료는 사진만큼도 없었다. 당시의 데이터가 많이 보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체계적으로 관리했던 2005, 2006년부터의 영상들 위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얼마나 애로 사항이 많았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10주년 기념다큐멘터리에 역대 프로그래머들의 코멘트를 모두 담으려고 했으나 사정상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그래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것마저도 소중한 자료일 것이다.
임권택,왕가위 감독, 배우 안성기… 쟁쟁한 전시 라인업
본격적으로 살펴보려던 참에 눈에 띄는 사진 한 장. 2001년 피카디리 극장 앞 풍경 사진이다. “피카디리? 지금은 없는데”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차, 옆을 지나던 한 영화제 스탭이 “CGV 앞인가...”하며 다가온다. “그런가” 하다가도 이리저리 살펴보니 “전주시네마타운 건물 같기”도 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전주 CGV 건물이란다. 그 옆으로 임권택 감독님, 정일성 촬영감독님,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님, 이렇게 세 분의 노장 트로이카가 개막식을 참석한 듯 극장 좌석에 앉아 계신다. 이때가 <취화선> 개봉을 앞뒀을 때였으리라. 그 옆으로 고 신상옥 감독과 왕가위 감독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그밖에 사회를 보고 있는 안성기, <섬>으로 전주를 찾았던 김기덕 감독까지. 다시 봐도 쟁쟁하다.
초보 관객, 열혈 관객 모두 포용하는 전시회
2002년 사진을 보러 가던 중 연상연하 커플로 보이는 어느 남녀를 만났다. 그런데 커플이라기엔 나이 차가 너무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냥 아는 누나”라며 관계를 분명히 정리하는 남자는 안양예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란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아까 아점(아침 겸 점심) 먹다가 팸플릿에 나온 걸 보고 찾았다.” 나이가 어린데다가 이번이 두 번째 들르는 영화제라 예전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특히 자원봉사자가 거리에서 크게 소리 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아까 오는 길에도 자원봉사자가 “5분 남았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봤다. “이 사진도 자봉이 상영 직전임을 알려주는 풍경이 아닐까요.(웃음)” 옆에 있던 신선의씨도 질세라 거든다. “사진 밑에 어떤 사진임을 알 수 있게 설명도 곁들었으면 더 좋았을”거라고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지난 영화제의 풍경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으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설명이 달린 사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때마침 다른 의견도 나왔다. “올해로 5년째 영화제 방문”이라는 김민정씨는 회사원으로, 자칭․타칭 전주국제영화제 마니아다. 그녀는 “아까 <하바나 블루스> 스틸컷을 보니 당시 ‘불면의 밤’ 섹션에서 봤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당시 너무 추워서 담요 덮고, 안 졸려고 애썼다”고 말한다. “나 같은 마니아들에겐 설명 없이 사진만 보는 것이 추억을 떠올리는 데 더 좋다.”
2008년 사진까지 훑어보면서 지난 9년 동안 수많은 감독, 배우, 관객들이 함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초보 관객이든 열혈 관객이든, 이번 기념전은 지난 9년이라는 세월을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기념전 보는 김에 영화 제작까지~
전주영화제작소 1층 ‘영상체험관’ 기념전을 보고 나오면 그냥 가지 말고 맞은편에 있는 영상체험관도 함께 둘러보시라.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테이블 모습을 한 미디어테이블이 보인다. 이것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영화사의 명장면들을 살펴볼 수 있다. D.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부터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까지 다양하다. 그 뒤로는 디지털 주크박스가 있다. 연인, 친구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잠깐 음악 감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시아영화, 한국영화, 유럽, 헐리웃영화까지 웬만한 OST는 다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영화제작의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CG의 블루스크린 형식을 응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는 온몸을 움직이면 이미지가 여러 형태로 변한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느라 영화 상영시간을 놓칠 수 있으니 조심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