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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거대한 게임이다”
인터뷰 홍성남(평론가) 정리 안현진(LA 통신원) 사진 오계옥 2009-05-03

회고전 여는 <안나와의 나흘 밤> 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해외 게스트에게 전주가 오기 쉬운 영화제는 아니다. 올해 71살인 폴란드의 돌아온 ‘강펀치’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도 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전천후 예술가의 삶을 살아온 스콜리모프스키가 원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콜리모프스키에 관한 헌정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를 만든 다미앙 베르트랑도 “오늘날의 스콜리모프스키는 여전히 젊으며, 여전히 성났으며, 여전히 현대적이다”라고 외치지 않았던가. 17년의 긴 휴식 뒤 그와 함께 돌아온 신작 <안나와의 나흘 밤>은 지난해 각종 세계 영화지의 톱 텐을 순례했다. 이 사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힌트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

- <안나와의 나흘 밤>과 전작 사이에 간격이 길다. 오랜만에 영화를 내놓은 소회가 어떤가? = 17년이나 쉰 이유는 전작 <페르디두르케>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를 만들었어야 했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회고전에서 맘에 안 드는 영화는 그 한편뿐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그 열정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화가로서 성공하자 다시 영화가 만들고 싶어졌다.

-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당신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니, 복싱을 스포츠 이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떻게 시작했나? = 복싱을 시작한 시기에 나는 시를 쓰고 있었다. 섬세하고 여린 아티스트로만 남고 싶지 않아서 복싱을 시작했다. 남자가 되고 싶었던 거지. (웃음) 복싱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상대가 펀치를 날릴 때 절대 눈을 감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으면 그 다음 펀치는 나를 쓰러뜨린다. 이것은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상황에서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

- 당신의 영화에서 또 다른 중요한 메타포 중에 하나는 “게임”이다. - 나는 어떤 게임이든 그 자체로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승패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캐릭터를 잘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의도적으로 영화 안에 배치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행동하거나, 혹은 낮은 목표를 세우고 안전하게 행동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게임 사이에는 거대한 관계가 있다.

- <안나와의 나흘 밤>을 보면,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현재인지 내러티브가 모호한 편이다. = 나는 <안나와의 나흘 밤>이 특정한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수줍은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와의 밤을 위해 담을 넘은 것은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대화를 극도로 줄였고, 지역색을 넣지 않았다. 차량 번호판도 없고, TV도 없다.

- 이 영화는 어떤 계기로 이야기를 떠올렸나? = <안나와의 나흘 밤>은 신문에서 한 문장을 읽으면서 시작됐다. 아시아의 어떤 남자는 너무 숫기가 없어서 사랑하는 여자가 잘 때만 침대방 창가에서 바라만 봤다는 문장이었는데, 모든 요소가 있었다. 캐릭터가 있었고 이야기가 있었고 장면도 있었다. 이것이 <안나와의 나흘 밤>의 탄생기다. 나의 다음 영화는 <에센셜 킬링>인데, <안나와의 나흘 밤>을 만들 때 머물던 숲이 좋아서, 거기서 뭔가 더 하고 싶어서 생각해 냈다. 숲에서 한 남자가 거대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쫓기는 이야기다.

- <에센셜 킬링>은 어느 정도 작업이 됐나? 이번에도 17년이나 걸리지는 않겠지.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 올해 겨울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내년에는 완성을 하는 것이 목표다.

- “무엇보다 영화는 나 자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만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지금 현재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특수효과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다. 나는 특수효과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또 빠른 편집과 끝없이 떠들어 대는 대화도 그렇다. 그런 것들에 찬성할 수 없어서 그래서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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