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은 1949년 스탈린 독재하의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유대인 고아 소년과 무슬림 노인을 둘러싼 유사가족의 짧은 행복을 그린 영화다. 김동호 공동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스탈린의 선물>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영화의 제작과정을 지켜본 후 개막작으로 선정한 작품이라고 한다. 알려진 국가의 화제작을 개막작으로 선정하던 예년과는 달리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겠다는 영화제 측의 의도가 잘 묻어난다. 비극적인 과거의 역사로부터 다민족 사회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감독 루스템 압드라쉐프와의 기자회견을 싣는다.
-한국에 온 소감은 어떤가. =아주 떨린다. 카자흐스탄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영화 공부할 때도 한국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의 모국에 왔다는 사실이 매우 흥분된다. 여기 모인 분들의 얼굴을 보니 꼭 제 친족들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낯이 익다. 고향 같은 기분이다.
-지금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구소련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갖고 있나.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감정을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힘들고 개인적인 기분을 이야기해야겠다. 카자흐스탄이 소련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립공화국이라 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쁘다. 카자흐스탄은 독립한 지 이제 겨우 15년이 됐고 서서히 독립국으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는 여전히 소련 시절을 그린 영화들이 많지만 독립 이후의 역사적 상황들을 바라보며 찍은 영화들도 많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도 그것이다. 지금 내 세대가 소련 시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고 아픈 과거지만 그것과 완전히 결별할 순 없다. 모든 것이 다 나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있으므로 지금의 카자흐스탄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다문화, 다언어 국가다. 그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풀어나갈 숙제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에서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떤가. 예산을 구하는 것이 어렵진 않은가. 혹은, 검열 문제가 존재하는가. =2차 세계대전 때 유명한 소련의 모스필름 스튜디오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 있었다. 소련은 없어졌지만 그 시절의 영화적 전통이 카자흐스탄에 여전히 남아있다. 에이젠스타인 시대의 영화 기술이 카자흐스탄으로 왔던 셈이다. 그 시절 제작된 영화들을 24시간 내내 상영한다면 1년 내내 필름을 돌릴 수도 있다. 물론 <스탈린의 선물>의 예산 중 80%가 개인 투자다. 국가지원은 10% 뿐이다. 여전히 재정적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스튜디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언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가. =영화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부산영화제에 온 것이 첫 스텝이다. 영화를 본 이곳 기자들의 도움으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에는 알마티에서 시작해 카자흐스탄 전 지역에서 상영할 것이고, 이후에는 러시아 전역을 돌 거다.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생각하는 관객들이 찾아줄 것이라 믿는다.